‘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1000만원을 다시 넘어섰다. 올 2분기 들어 해외 유명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강화한다는 뉴스와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을 호재로 삼아 들썩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워낙 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비트코인 1000만원 돌파…가상화폐 살아나나
27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4시55분 1001만원으로 올라선 뒤 오전 10시3분 1059만원까지 치솟았다. 오후 들어 1020만~1030만원대로 다소 내렸으나 1000만원대 안착에는 성공했다. 비트코인이 1000만원대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이른바 ‘코인 관련주’로 꼽히는 SCI평가정보, 우리기술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2504만원(1월 7일)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359만원(12월15일)까지 무너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비롯한 초강력 규제를 꺼내들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사실상 막혔다.

비트코인이 다시 관심받는 것은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와 함께 미·중 무역갈등으로 불안해진 금융시장에서 대체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삼성전자 등이 자체 코인 발행이나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보도가 잇따른 점도 분위기를 띄웠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가상화폐 선물거래소 백트도 오는 7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내년으로 예정된 것도 ‘가치 상승’에 대한 낙관론을 키웠다. 비트코인이 상승하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뺀 나머지 가상화폐)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2년 전과 같은 ‘투기 광풍’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불인정·불개입’ 원칙도 그대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는 해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유독 국내 시장만 과열될 때 나타났던 ‘김치 프리미엄’ 등도 보이지 않는 만큼 정부가 움직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거래소에는 새로 가입하려는 투자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폭락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에 대중도 섣불리 투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 가격은 그 누구도 예측 불가능하다는 위험성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일부 전문가는 “소수의 작전세력에 의한 시세 조종이 이뤄지고 있어 비트코인은 곧 폭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