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계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봉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송강호 씨가 상패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황금종려상은… ‘기생충’의 봉준호!”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곤살레스 감독의 외침과 동시에 객석에선 함성이 터졌다. 봉준호 감독은 옆에 앉아 있던 배우 송강호를 힘껏 껴안았다. 무대로 향하는 봉 감독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인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칸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래 9년 만이다.이창동 ‘시’ 각본상 이후 9년 만에 수상‘기생충’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등 본선에 오른 20편과 경쟁을 벌여 심사위원 9명의 만장일치로 최고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인 곤살레스 감독은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했다.시상대에 오른 봉 감독은 “저는 그냥,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린 영화광이었다”며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질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어린 시절부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와 클로드 샤브롤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봉 감독은 “무엇보다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주연 배우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했다.탄생 100주년 한국영화 위상 높아져봉 감독은 시상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라며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큰 선물을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봉 감독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중국의 장이머우 같은 아시아의 거장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거장 감독)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올 한 해 동안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한 송강호는 “한국 영화팬들이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줘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한국 영화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대열에 오르게 됐다. 더불어 한국영화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영화가 2000년대 이후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등의 감독을 배출하며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쳐왔지만 최고 권위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는 평가다.한국영화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여섯 번째 수상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기생충’이 올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으면서 마침내 한국영화계 숙원이 풀렸다.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결정적으로 높아지고, 영화학계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한국영화 연구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봉 감독의 수상을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며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이 됐다”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썼다.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는 친구가 소개해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인다. 기우를 시작으로 딸 기정(박소담), 기택, 아내 충숙(장혜진)까지 박 사장 집으로 들어간다. 기택 가족의 엉성한 계략에 속은 박 사장 가족은 겉으로는 똑똑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바보 같다. 박 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는 영어를 섞어 쓰며 우아한 척하지만 실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기택네 가족이 완벽하게 기생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오는 30일 개봉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기택네 반지하 방과 박 사장네 부유한 저택을 선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담론을 블랙코미디로 펼쳐낸다.봉 감독은 “칸에서 공식 상영한 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와서 모두 자국 이야기라고 했다”며 “기택네가 사는 반지하라는 공간은 미묘하다. 더 힘들어지면 지하로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는 동시에 방에 햇살이 드는 순간에는 지하이지만 지상이라고 믿고 싶어진다”고 설명했다.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봉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다. 장르영화의 익숙한 틀에 대담한 상상력으로 사회와 현실,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봉 감독은 “한국 장르영화의 발전에서 중요한 건 할리우드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정치적인 것들, 인간적 고뇌, 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편하게 섞여들면서 그런 요소가 없으면 장르영화가 낯설게 느껴지게 됐다”고 말했다.출세작인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범인을 잡고 싶은 열정에 불타오르지만, 기술과 실력이 부족한 형사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연 ‘괴물’(2007년)에서는 한강변에서 괴물에 납치된 딸을 구출하기 위해 가족이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능한 공권력을 질타했다. 괴물을 낳은 요인으로 미군의 독극물이란 메시지도 곁들였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2013년)에서는 꼬리칸 하층계급과 앞칸 지배계급을 뚜렷이 대비시켰다. 넷플릭스가 투자, 제작한 ‘옥자’(2017년)에서는 글로벌 식량기업의 탐욕을, ‘마더’(2009년)에서는 자식 때문에 광기에 빠진 모성의 이면을 각각 포착했다. 봉 감독은 이 같은 메시지에 적절한 유머를 섞고, 치밀한 장면 구성으로 관객들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했다.‘기생충’은 장르를 비틀어 사회 풍자의 날을 세우는 봉 감독의 솜씨가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우리가 보던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라고 평했다.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그룹 아이브(IVE)가 한층 뚜렷해진 컬러로 돌아왔다.아이브는 29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두 번째 EP 앨범 '아이브 스위치(IVE SWITCH)'를 발매했다.데뷔 이후 주체적인 자신감과 당당함을 보여주며 자신들만의 컬러를 완성해 온 아이브는 신보 '아이브 스위치'의 더블 타이틀곡 '해야(HEYA)'와 '아센디오(Accendio)'를 포함해 '블루 하트(Blue Heart)', '아이스 퀸(Ice Queen)', '와우(WOW)', '리셋(RESET)'까지 총 6개의 곡을 통해 기존의 컬러에 색다른 매력을 더해 또 다른 변주를 시도했다.대체 불가 '4세대 대표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아이브는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에 이어 지난해 발매한 정규 1집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 첫 번째 EP 앨범 '아이브 마인(I'VE MINE)'까지 3개 앨범 연속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발매하는 음원마다 주요 음원 사이트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막강한 음원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19개국 27개 도시를 순회하는 데뷔 이후 첫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를 개최해 전 세계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특히 오는 8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공원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9월 4~5일 양일간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 앙코르 공연까지 확정 지으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글로벌 대세로 도약한 아이브가 선보일 한층 더 성장한 무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한 번 모두의 취향을 적중할 신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