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의 파산신청은)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시끄러워지면 대학이나 학교법인에 이미지 타격이 있을 텐데 그런 것을 노리고 한 게 아닌가….”

지난 21일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이 접수된 게 사실이냐고 묻자 명지학원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 중 일부다. 400억원도 아닌 4억3000만원 때문에 채권자가 법원에 “학교법인을 파산시켜달라”고 신청서를 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관계자의 설명은 채권자가 악의를 갖고 명지학원에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는 투로 들렸다.

▶본지 5월 23일자 A29면 참조

채권자 김모씨를 찾아봤다. 그는 83세 고령의 노인이었다. 명지학원으로부터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의 한 호실을 분양받았던 2004년 당시 그의 나이는 68세였다.

그는 실버타운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지어지자 2009년 명지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13년엔 4억3000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승소 판결도 받아냈다. 그러나 그는 15년 전 낸 돈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2014년 강제경매 신청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가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한 배경엔 사립학교법 28조가 있다. 사학법 28조는 학교가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교육부 허가를 받도록 한다. 명지학원은 김씨의 경매 신청에 “명지엘펜하임은 기본재산”이라며 “교육부 허가 없이 처분할 수 없다”고 맞섰다. 답답했던 김씨는 2015년 수원지방법원에 이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이듬해엔 헌법재판소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안락한 노후를 꿈꾸다가 노후자금만 묶여버린 채권자는 김씨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2013년 법원에서 승소 판정을 받은 33명도 명지학원으로부터 총 192억원을 돌려받아야 한다. 이들 채권자는 용인시청과 교육부, 청와대까지 찾아가 수차례 탄원을 냈지만 허사였다.

명지학원에 파산신청이 접수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지난 23일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학내 구성원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사학법 28조에 따라 명지대는 재산권을 보호받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사태가 커진 것에 대한 사과나 채권변제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명지학원의 파산 여부는 이제 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 다수 교직원과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은 판결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명지학원은 다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구체적인 부채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같은 대처로는 “유리한 법 조항 뒤에 숨어 남의 재산권은 침해하고 내 재산권은 지킨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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