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화물선반환 요구·대북제재 부당성 강조 위한 여론전 성격
"모든 건 美에 달려…예리하게 지켜볼 것" 거듭 대미 압박도
北, 화물선압류에 이례적 유엔 회견…웜비어 등 민감질문은 회피
북한이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와 관련해 유엔주재 대사를 내세워 이례적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화물선 반환을 요구하는 동시에 대북제재가 부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의 회견으로 보인다.

북한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다른 질문도 쏟아졌지만 이에 답변하지는 않았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15분께 미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전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예고한 대로였다.

지난해 9월 부임해 가진 첫 유엔 기자회견이라 그런지 김 대사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질의응답까지 약 15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주장해온 대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즉각 반환하라면서 "미국의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를 불법적이고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대북제재에 대해 '일방적 제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계기로 대북제재 전반의 부당성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시작으로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국의 향후 행보를 경계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호소하려는 계산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이미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형식인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미국의 압류 조치를 비난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긴급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北, 화물선압류에 이례적 유엔 회견…웜비어 등 민감질문은 회피
김 대사는 준비해온 발언을 마치고 나서 질문을 받겠다고 했으나 정작 갖가지 질문이 쏟아지자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에 한정한 답변만 내놓으며 대미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취재진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가 북미대화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반환이 전제돼야 하는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지,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유엔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물품이 실려 있었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돼 목숨을 잃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미 폭스뉴스 기자는 "북한 당국이 웜비어에 대한 고문과 살해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 웜비어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는 질문이었다.

김 대사는 한꺼번에 질문을 받은 뒤 "오늘은 와이즈 어니스트호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이라면서 "다른 질문들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회견 기회가 또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인정하지도 수용하지도 않는다"면서 미국의 압류조치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재차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北, 화물선압류에 이례적 유엔 회견…웜비어 등 민감질문은 회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