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율(최대 50%,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시 65%)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26.6%)으로 낮춰달라고 촉구했다.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 경영 및 투자의욕을 꺾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의 "세계 최고 수준 65% 상속세율, OECD 평균으로 낮춰야"
대한상의는 상속세율 인하와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20%, 미국과 영국은 각각 40%다.

한국에서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이 달린 주식(지분)을 물려줄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10~30%)을 적용해 최대 65%의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창업주가 자산의 65%를 세금으로 내고 나면 가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런 현실은 ‘기업하려는 의욕’을 저하시키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이 보고서는 30년 넘게 키운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A대표의 사례도 소개했다. A대표는 1980년대 자동차 부품회사를 창업한 뒤 연매출 150억원 수준의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키웠지만 최근 회사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자녀들이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4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려면 보유지분을 팔아야 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탓이다.

대한상의는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상속세율을 높이는 현 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형화된 계산식을 사용해 상속세율을 할증하는 나라는 OECD 주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최대 할증률(20%)이 한국보다 10%포인트 낮고 상황에 따라 상속세율을 낮춰주기도 한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고 상속세율을 낮춰 기업인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최대 30%인 할증률을 독일 수준으로 낮추고 적자 등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다고 판단되면 세율을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도 건의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 경영권을 승계할 때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승계 후 10년간 업종과 자산 및 고용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한국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이 11.9년(제조업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건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대한상의는 이 기간(사후관리기간)을 5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