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팽창에 엔비디아 독주 깰 후발주자 우후죽순
"비행원리 발견된 1900년대 항공기 경쟁·발전과 유사"
'미래 먹거리' AI 반도체 시장에 각축전 불붙었다
미래 기술인 인공지능(AI)을 뒷받침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급격한 성장세 속에 누구도 장기간 독주할 수 없는 무한경쟁과 비약적 기술 진보가 뒤따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기술 거물들뿐만 아니라 벤처기업들까지 후발주자가 계속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퀄컴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용할 맞춤형 AI 반도체를 지난달 공개했다.

영국의 벤처기업인 그래프코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약 2천380억원)를 최근 확보한 뒤 AI용 반도체를 시험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휴렛팩커드도 AI 연구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용 첨단장비를 만드는 업체인 크레이를 인수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하고 AI 반도체 레이스에 가세했다.

엔비디아로부터 AI 반도체를 사들여온 클라우드 거물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기업)도 고객들의 구체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서버용 반도체의 최강자인 인텔도 데이터센터를 위한 AI 반도체를 개발할 발판을 상당한 규모로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틱, 아바나랩스 등 더 작은 기업들도 벤처캐피털에 힘입어 밑바닥에서부터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AI용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이처럼 치열하게 예고된 까닭은 시장의 급성장세에 있다.

맞춤형으로 AI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수요는 기존 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용 반도체의 매출이 올해 2배로 늘어나 80억 달러(약 9조5천400원) 정도에 이르고 2023년까지 340억 달러(약 40조5천50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전문 컨설팅업체인 린리그룹은 AI용 반도체 시장이 갑자기 모두에게 노다지로 등장해 개별 기업이 선두주자가 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형세를 진단했다.

린리 그웬냅 린리그룹 회장은 "많은 다른 기업이 이렇게 가세해 매달 새 반도체가 나온다면 선두가 얼마나 오래가겠느냐"며 "이 같은 비약적 기술진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4분의 3 정도는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범용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맞춤형 AI 반도체도 제작해 고객들에 더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소프트웨어는 컴퓨터가 대화, 제안, 장애물 회피와 같은 인간의 행위를 흉내 낼 수 있도록 한다.

기계가 그런 체계를 갖추려면 한꺼번에 엄청난 연산을 해내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것이 시스템 반도체다.

통상 그런 역할은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가 맡지만, CPU는 하나씩 계산을 하는 까닭에 작은 두뇌로 한꺼번에 많은 계산을 하는 반도체에 뒤진다.

엔비디아는 비디오 게임 애호가들과 다른 틈새시장에 그래픽카드를 팔다가 자신들의 기술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연산을 할 수 있어 AI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선두주자가 된 엔비디아는 작년에 데이터센터들을 상대로 AI 반도체로 매출 30억 달러를 찍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5년간 8배나 뛰어올랐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구글, 알파벳과 같은 데이터센터들의 성장둔화 속에 지난 분기 순이익이 68% 줄었다.

AI 반도체의 발전은 최근 급속한 진전에도 아직 완숙기에 이르려면 멀었다는 진단이다.

인텔의 AI 부문 대표인 나빈 라오는 AI 반도체 시장의 현 상황을 1990년대 비행의 기본 원리가 발견됐을 때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라오는 "일단 기본 아이디어를 알게 되면 그걸 무한하게 반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치열한 경쟁과 발전을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