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레이디스 트렌치코트 (좌) / LF 봄 마에스트로 트렌치코트 (우)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레이디스 트렌치코트 (좌) / LF 봄 마에스트로 트렌치코트 (우)
불황을 맞고 있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트렌치코트와 레깅스 판매량만 증가했다는 수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다른 패션과도 잘 어울리며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매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5일 CJ오쇼핑에 따르면 3~4월 두 달 동안 판매된 패션 품목 중 트렌치코트 매출만 약 22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아우터 판매량의 약 65%에 해당하는 수치로, 트렌치코트가 아니었으면 매출이 대폭 감소했을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푸념이 나온다. 같은 기간 GS샵과 현대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패션 품목도 트렌치코트였다.

빈폴멘과 빈폴레이디스의 지난달 트렌치코트 판매량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0%, 30% 이상 증가했다. 에잇세컨즈에서 지난달 판매된 트렌치코트 판매량 역시 15% 이상 늘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이번 봄 시즌(2~4월) 다양한 트렌치코트를 출시했다. 그 결과 트렌치코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00% 이상 신장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 들어 불고 있는 트렌치코트의 인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다. G마켓에서는 올해 1~2월 여성 트렌치코트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56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남성 트렌치코트 판매는 133% 늘었다. 위메프에서는 3월 한 달간 트렌치코트의 판매량이 213% 증가했다.

원은경 빈폴레이디스 팀장은 "올해는 트렌치 코트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정통 트렌치의 소재와 컬러가 접목된 상품의 판매가 좋다"며 "트렌치의 길이 변화는 물론 트렌디한 디자인을 접목했던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레깅스도 패션업계에서 두드러진 매출 증가를 보인다. 2015년 10개 이하였던 롯데백화점의 애슬레져 브랜드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레깅스를 중심으로 한 애슬레져 상품군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특히 '안다르', '프런투라인' 등 레깅스 전문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100%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욱 뛰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스포츠는 기본 레깅스부터, 반바지 일체형, 메쉬, 핫서머 워터 레깅스 등을 출시해 4월 말 기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92% 증가했다. LF의 라푸마 엘리샤(Elisha) 레깅스는 같은 기간 매출이 150% 이상 뛰면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LF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질스튜어트스포츠에서 판매하는 레깅스도 전년동기대비 1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휠라는 최근 한 달간 레깅스 판매량이 약 60%가량 늘었다.

휠라 관계자는 "미세먼지 때문에 홈트레이닝과 요가, 필라테스와 같은 '인도어(IN-DOOR)'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고품질의 레깅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일상에서도 트렌디한 '애슬레저룩'으로 활용이 가능해 실용성 높은 레깅스가 사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트렌치코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사랑을 받지만 올해 들어 유난히 매출이 뛴 것은 불황과 관계가 깊다"며 "레깅스의 판매 호조는 여성미의 기준이 아름다움에서 건강미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며 장기간 불황으로 인해 경제적 가치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치코트는 몸매를 가리기 때문에 보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반면 레깅스는 몸매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분류된다"며 "두 카테고리의 동반 매출 증가는 모든 것이 양 극단으로 치닫는 최근의 트렌드가 패션업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휠라 제공
사진=휠라 제공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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