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전쟁 돌입 직전 '돈 풀기' 나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4일 금융시장에 2000억위안(약 3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오는 1560억위안어치의 MLF(중기유동성지원창구) 대출보다 440억위안(약 7조5700억원)가량 더 많은 규모다. 통상 만기가 돌아오는 액수만큼만 새로운 대출을 시장에 푸는 관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중국이 최근 다시 격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앞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몸 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도 전날 대비 0.6% 가량 절하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2주 동안 약 2.2% 떨어졌다. 15일에는 은행권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한 추가 유동성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2800억위안(약 48조원)이 추가로 중국 금융시장에 흘러들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25% 고율관세를 거의 모든 중국 제품으로 확대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은 내달 1일부터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최대 25%까지 높이기로 하는 등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중국이 미국 관세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중국 수출기업을 돕기 위해 추가 유동성을 공급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수출기업 줄도산이 또 다른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무역협회는 지난 10일까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로 인해 중국의 대(對)미 수출이 연간 4%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매년 193억달러(약 23조원) 규모다.

미국은 10일 추가 관세를 발표하며 이날 중국을 출발한 물품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중국 수출품이 해상을 통해 미국에 도달하게 될 약 2~4주 뒤에 무역전쟁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