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선 인천지검 검사, 내부통신망 통해 문제점 사례 분석
현직 검사 "수사권 조정되면 가해자 바뀌어도 바로 못잡아"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른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과 관련,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진선 인천지검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수사권 조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인지 사건의 경우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장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 검사는 최근 인천지검 자체 검사회의를 앞두고 이번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사례로 분석했다.

그는 "(만약) 성매매업소를 수사한 경찰이 운영진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사가 계좌 거래내용 등을 확인했더니 그는 바지사장이고 실제 사장은 따로 있을 경우 검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황 검사는 "개정된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돼 검사는 A씨에 대해서만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며 "주범을 찾으라는 수사지휘를 더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나 고소인, 고발인, 법정대리인이 아니면 수사와 관련한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황 검사는 "운영진으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된 A씨가 '사실은 B씨가 실운영자'라고 수사기관에 제보하려 해도 B씨에 대한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상태면 이의제기는 불가능하다"며 "A씨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245조 7항의 고소인 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직 검사 "수사권 조정되면 가해자 바뀌어도 바로 못잡아"
그는 이 경우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하고 송치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검사는 다시 '재재수사 요청'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황 검사는 또 "(조정안대로라면) 살인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 재판이 진행되던 중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을 때에도 검사는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며 "진범에 대한 보완 수사도 경찰에 요구할 수 없어 추가 수사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내용이 뼈대다.

경찰의 수사 재량을 대폭 늘려 비대해진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바꾸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기 전에도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반드시 검찰에 사건을 넘겼어야 했다.

황 검사는 "(결론적으로 경찰이 갖게 될) 수사종결권으로 인해 사실상 경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며 "검사의 1차 수사권이 제한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오류를 발견해도 검사가 시정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지검의 다른 현직 검사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수사지휘'가 없어지고 '보완 수사'라는 말이 생겼다"며 "경찰이 보완 수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를 무시하면 다른 대안은 없다"고 우려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권 조정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문 총장은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경찰의 행정업무를 자치 경찰에 이관하는 것은 물론 정보경찰 업무도 분리해 경찰이 '제2의 국정원'으로 변질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