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구출 한국인 '적색경보' 발령된 말리도 여행…구조 비용 지불에 세금 지원 안될 듯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 A씨가 모로코, 세네갈, 말리 등 다른 국가들도 여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말리는 한국 정부가 철수를 권고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한 지역이다. A씨가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구조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A씨는 약 1년 6개월 전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올해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해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베냉 공화국으로 이동하던 중 납치됐다. A씨는 부르키나파소 파다응구르마에서 버스를 타고 베냉으로 향하던 중 국경 인근 지역에서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당시 버스에는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A씨와 미국인 여성 1명만 납치됐다. A씨는 무장세력에 함께 억류됐던 프랑스인 2명과 미국인 1명과 함께 지난 9일 밤과 10일 새벽 사이 프랑스군 특수부대의 작전 끝에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 장병 2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 정부는 모로코와 세네갈에는 여행경보 1단계 남색경보(여행유의)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북부지역 4개주에는 3단계 적색경보(철수권고)를 발령한 상태다. 베냉에는 발령된 여행경보가 없다. 외교부는 말리와 관련해 “말리 중북부지역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말리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 등을 상대로 테러를 하거나 여행객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해왔다”며 “긴급한 용무가 아닌 이상 가급적 여행을 삼가달라”고 권하고 있다.

현행 여권법에 따라 여행경보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를 발령한 지역을 당국의 허가 없이 방문할 때에는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색경보 지역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의 경로를 살펴봤을 때 상당히 위험한 지역을 통과한 것은 객관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A씨는 한 달 가까이 억류당하면서 학대당하지는 않았으며, 열악한 끼니가 제공됐지만 심리적인 이유로 절반 가까운 기간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진행한 신체검사 결과 A씨의 영양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A씨는 이르면 13일 프랑스 군병원에서 퇴원할 예정이다. A씨는 가급적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비와 병원비 등 A씨의 구조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에 대한 긴급구난비 지원 여부에 대해 “기본 원칙은 무자력 상태여야 하고 연고자가 없어야 하고, 또 연고자가 있어도 부담할 자력이 없는 경우에 지원해왔다”며 “이 번에 해당은 안된다고 보여지지만 조금 더 정밀한 것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구난비는 한국민의 국내 후송이 긴급하게 필요할 때 항공료, 현지치료비, 체재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