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시 디아즈 벨라퀘즈 쿠바 상무장관은 쿠바 국영 매체 쿠바뉴스에이전시와 지난 1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식량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배급제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닭고기, 쌀, 콩, 달걀 등을 1인당 한정 수량만큼만 판매하고 수량은 국가 배급시스템을 통해 통제하겠다”며 “한정수량만 판매하면 일부만 식량을 쌓아두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식량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쿠바는 심각한 식량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3월에 쿠바에서 생산된 달걀은 일일 570만개에 그쳤다. 쿠바의 일일 달걀 수요량보다 90만개 모자란 수치다. 4월 중순 들어선 모자란 달걀 수가 일일 60만개 수준으로 이전보다 나아졌으나 여전히 수요를 크게 밑돈다.
쿠바는 연간 약 20억 달러를 들여 식료품 공급량의 약 3분의 2를 수입한다. 이때문에 이전에도 단기간 특정 제품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식료품 등 공급량이 확 줄면서 쿠바에선 가게 앞 대기줄에서 ‘줄서기 도전’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게 유행이 됐다. 가게에서 완두콩이나 달걀 등을 사려면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서 한 두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예사가 되서다.
벨라퀘즈 장관은 미국의 무역 제한 조치로 유동성이 악화돼 정부 등이 식료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동맹국인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 상태에 치달으면서 쿠바에 원조와 식량 수출을 줄인 것도 타격을 줬다. 영국 BBC는 “쿠바가 최근 몇년간 농업 개혁을 시도했지만 비효율적인 중앙계획 경제 구조에서 생산량 증가에 실패했다”며 “식료품 등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무역 제재 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