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관세로 기업심리 저하에 대량실업 우려까지
미중 경제성장 동반타격…"글로벌 경제에도 '게임체인저'"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집행한 관세 인상으로 중국은 대미 수출품 절반에 25%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미국은 작년부터 중국을 겨냥해 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25%, 2천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날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함에 따라 총 2천5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같은 관세 폭탄이 떨어지게 됐다.

이번 관세는 미국과 중국이 작년에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집행된 최대 규모의 관세 부과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촉진한다며 더 큰 관세도 예고하고 있다.
美, 對中 관세율 올리고 추가 관세도 예고…무역전쟁 '시계제로'
◇ 중국제품 절반 이어 전체에 폭탄 예고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 총액은 5천395억 달러다.

이번에 25%로 균일화한 관세는 사실상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의 절반 가까이 타격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 세율이 인상되는 품목은 무려 5천700여개에 달하는 만큼 광범위한 영향에 예고됐다.

다만 미국은 이날 이후 출하된 제품에만 관세 인상을 적용하기로 해 실제 타격은 2∼4주 뒤에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율 인상에 이어 추가로 3천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은 2018년 기준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품을 포함하고도 남는 규모다.

관세 표적 물품의 거래량과 가격 등의 변화 때문에 수치가 유동적인 가운데 전체 중국 제품을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중국의 관세율 인상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물품들로는 통신장비와 컴퓨터 부품이 거론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품목 외에도 금속제·목제 가구, 정지형 변환장치, 비닐타일 바닥마감재, 나무골격 의자, 자동차 부품 등이 규모로 볼 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율 관세가 전체 중국 제품으로 확대될 때는 휴대전화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트북컴퓨터, 장난감, 비디오게임 콘솔, 컴퓨터 모니터, USB 등 저장장치도 관세에 직면하는 규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미국 관세에 대항해 보복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두와 같은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뿐만 아니라 여러 비관세 조치도 중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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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경제성장 동반타격…"세계경제 게임체인저"
고율 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의 재발로 미국과 중국은 모두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019년 4분기까지 0.8%포인트 깎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25% 관세를 중국수입품 전체로 확대하고 중국의 보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때는 내년 4분기까지 미국 경제성장률이 2.6%포인트 깎이고 미국 내 일자리 3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직접 입을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손실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자체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체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가 적용될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UBS 은행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1.6∼2%포인트 정도로 내다봤다.

홍콩에 있는 은행 바클레이스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오르면 향후 12개월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0.3∼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봤다.

바클레이스는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품에 25% 관세가 집행되면 향후 1년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0.5%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에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6∼6.5%를 지키지 못하는 실패로 직결된다.

다만 인민은행이 발간하는 중국금융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통화정책위원은 전체 대미 수출품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했을 때 중국 GDP에 대한 타격이 0.3%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 재발의 악영향은 미국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는 더 큰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스티브 카크런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위협이 현실화하면 이는 글로벌 경제에 '게임체인저'(국면을 뒤바꾸는 사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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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경기부양 딜레마' 악화…美 기업심리 저하
중국은 현재 기업들의 부채감축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향 등을 위한 경제 체질 개선 과정에서 심한 경제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닥친 무역전쟁 고조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훨씬 더 많은 경기부양책의 도입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경기가 상대적으로 호전됐다고 판단해 부양책을 중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기업들의 부채 폭탄을 관리해야 하는 중국에 경기부양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 기업심리 악화, 관세 부담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경영 차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에스워 프래서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광범위한 상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심리가 악화하면서 투자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이란 게 가장 큰 우려"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를 매년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추가 관세에 크게 노출되는 미국의 소규모 기술기업들이 존망의 기로에 섰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역전쟁 기간에 중국으로부터 표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 '팜 벨트'(미국 농장지대)에서는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