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 7인 중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조 위원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기조적 물가 상승)이 장기간 목표 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꾸준히 목표 수준을 밑돌았고, 올해와 내년에도 목표치 하회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한은이 한은법 제1조 1항에 적시된 책무인 물가안정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조 위원은 주장했다.
조 위원은 한은이 2011년부터 통화정책에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과 같은 금융안정 측면을 반영하며 물가 안정 대응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개인적으로 2012년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타기팅 정책이 요구하는 통화정책에 비해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 왔다고 본다"며 "그 결과로 실제 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7년간 목표 수준을 연평균 1%포인트 하회했는데 이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괴리율이 0.1%포인트 미만이었던 점과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금융안정은 통화정책보다 다양한 정책수단을 보유한 금융당국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조 위원은 진단했다.
그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정책과정이나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을 책임지고, 금융안정은 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한 금융당국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의 일시적 목표수준 이탈이 항구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물가안정 책무를 조 위원은 재차 강조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저금리 환경 심화로 이어지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조 위원은 "축소순환의 지속은 한국 경제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질 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을 증대시킨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한다면 장기금리가 연 0%에서 멀지 않은 수준까지 하락해 전통적인 금리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한국에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