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가치가 높은 고산지역 침엽수인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기후변화로 고사 중인 것으로 조사돼 보전·복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구상나무림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가량이 고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국내에서는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지정 보호된다.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에 265만 그루가 분포하고 있으며 분비나무는 3690㏊에 98만 그루, 가문비나무는 418㏊에 걸쳐 3만 그루가 서식하는 것으로 산림과학원은 추정했다.

수종별로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나타났다.

고산 침엽수종의 어린나무 개체 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후대를 이을 어린나무를 조사한 결과 지리산에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1㏊당 평균 191그루와 53그루. 설악산 분비나무는 평균 181그루로 매우 적었다.

겨울·봄 기온 상승과 가뭄, 여름 폭염,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가 최근 상록침엽수의 대규모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고사목 중 구상나무는 63%, 분비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각각 64%와 94%가 선 채로 고사했다.

이는 생리적 스트레스 또는 경쟁으로 인한 피해로 추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우선 복원 후보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은 31개 산지에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1만2094㏊(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였다.

지리산이 5198㏊(43.0%)로 가장 넓었고 한라산 1956㏊(16.2%), 설악산 1632㏊(13.5%), 오대산 969㏊(8.0%) 등이었다.

전범권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원장은 "여러 전문가와 관련 기관이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 보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