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목표가 성급하다”며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업계의 준비와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면 생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 대비 35.8%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대기오염 배출부과금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미세먼지 배출 부과금 강행땐 고용 급감 우려"
“기업 61%, 목표 달성 어려울 것”

산업연구원은 6일 ‘미세먼지 문제의 산업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감정책 목표 시점인 2022년은 다소 일러 제도의 시행시기 연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저감정책으로 산업의 산출 및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은 산업계의 인지도와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기업 170여 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배출 총량제 전국 확대’ 등 일곱 가지 미세먼지 저감정책에 대해 ‘관련 내용을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0%에 미치지 못했다. 61% 기업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이 정부의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봤다. 정부가 내년부터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환경부가 관련 법을 예고하자 한국철강협회는 “질소산화물 저감시설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2~3년 이상 걸리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배출부과금 도입시기를 정했다”고 반발했다.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신설 시 철강업계에서만 연간 63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감설비 투자비는 9570억원 이상, 운영비는 연간 1330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저감정책 땐 GDP·고용 감소”

업계의 기술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초부터 시멘트 제조, 제철 등 미세먼지 다량배출 업체의 배출 허용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설문에 참여한 시멘트업계 기업의 81.8%가 정부 요구 수준에 비해 실제 보유한 기술력 수준이 ‘50% 미만’이라고 답했다.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는 집진기 등을 사용해도 어느 정도 먼지 발생이 불가피하고,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택적 촉매환원법(SCR)은 세계적으로 시멘트공장에 설치된 사례가 10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고서는 급격한 미세먼지 감축정책은 산업생산과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2년 직·간접 미세먼지(PM2.5 이하)를 BAU(정책 변화가 없을 때의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1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추산이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달랐다. 가장 많이 고용이 줄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1차금속 분야로 33.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제도 시행 연기가 어렵다면 대기오염물질 개선을 위한 투자가 진행 중인 시설에는 배출부과금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