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합법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행정사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장차관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잇달아 행정사무소를 여는 등 행정사가 공무원들의 은퇴 후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추병직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영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에 행정사무소를 열었다.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곽결호 환경부 장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대관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거 비(非)고시 공무원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여겨지던 행정사가 고위공무원 출신까지 ‘플레이어’로 뛰어들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ALPS행정사무소를 설립해 고위공무원들을 영입한 이선용 대표는 “행정이 복잡해지고 관련 법령도 전문화되면서 경험이 많은 전직 공무원이 할 일이 많아졌다”며 “행정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업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업무 절차를 이해하는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을 대행하면서 대관 부문이 ‘외주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전엔 단순한 행정서류를 작성하는 역할을 했지만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등을 해결하는 행정 자문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이 강화되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깎이면서 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퇴직 후 전문성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옷을 벗는 선배들을 보면서 우선 따놓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관 업무가 ‘대정부 로비’라는 과거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면서 한국에서도 로비 활동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로비제도가 헌법에서 국민 청원 권리 조항으로 보장돼 있다. 캐나다는 ‘로비법’으로 로비스트 활동을 보장하고, 호주는 ‘로비 관련 공무원 행동지침’을 두고 있다.

야코브 에드베리 GR그룹 회장은 “주요 선진국은 정부와 민간영역의 소통을 한국만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전문 컨설팅을 통한 민관의 소통이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