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국내 상륙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국내 동물의약품 회사들이 방역용 소독제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효능을 인정받은 제품은 코미팜의 판킬, 케어사이드의 세탁큐와 원탑콘 등 3종이다. 판킬은 먼저 수출용으로 허가받고 내수용으로는 지난해 10월 1년 안에 효력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한시적 허가를 받았다. 케어사이드 제품 2종은 올해 2월 ASF 바이러스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세탁큐는 이달 28일부터 ASF 바이러스에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원탑콘은 오는 5월 초 출시 예정이다. 우진비앤지도 자사 소독제 크린업에프의 ASF 사용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ASF가 정부와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인 이유는 높은 치사율과 전염성 때문이다. 일단 감염되면 확산을 막기 어려울뿐더러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연쇄 발병하면서 국내 유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ASF 바이러스는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유전형질과 단백질 성분이 다양하고 복잡해 그동안 백신을 만들지 못했다. 주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생해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이 떨어졌던 것도 백신 개발을 더디게 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등 세계 각지로 ASF가 확산되면서 백신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으로 수년 내 ASF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선우선영 케어사이드 이사는 “1960년대 스페인에서 ASF가 창궐했을 때 스페인에서 생독백신을 개발했지만 돼지에게 발생하는 후유증이 심각해 폐기됐다”며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응책이 살처분인 만큼 축산 농가의 방역 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정부·지자체·농협·방역본부·생산단체 등 300명 참여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확산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30일 오후 세종호수공원 제2주차장에서 '2019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가상방역 현장훈련'을 한다.농식품부는 29일 "중국과 베트남 등 주변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계속 확산하고, 최근 중국에서 불법 반입된 휴대 축산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전자가 검출되는 등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농식품부를 비롯해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국방부·환경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전국 17개 시·도, 농협, 방역본부, 생산자단체 등 300여명이 훈련에 참여한다.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상황 단계별·방역기관별 역할과 방역 조치 사항을 현장 시연을 통해 훈련한다.훈련은 ▲의심 가축 신고 접수에 따른 초동 대응 조치 ▲환축 발생에 따른 방역 조치 ▲소독·통제 주요 상황 시연 ▲추가 발생에 따른 방역 조치 이행 ▲ 상황 진정 및 이동제한 해제 등으로 진행된다.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훈련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으로 생중계된다.농식품부는 "중국·베트남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 여행을 자제하고, 여행 시 절대 축산농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며 "입국 시에도 소시지나 햄 등 축산물 가공품을 가져오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연합뉴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국내 돼지고깃값도 들썩이고 있다.28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 종합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평균 돈육 대표가격은 ㎏당 4571원으로 3월 평균가인 3906원보다 17%가량 올랐다. 2월 평균가인 3368원보다는 36%나 급등했고, 작년 4월 평균가인 4503원보다도 소폭 상승했다.야외캠핑 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식자재 중 하나인 삼겹살 가격도 이달 들어 크게 올랐다. 지난 3월 ㎏당 1만6901원이던 삼겹살 평균 소비자가격은 4월 현재 1만8546원으로 10% 가까이 뛰었다. 이는 지난해 4월 평균 소비자가인 1만8169원보다도 소폭 오른 가격이다.국내 전체 돼지고기 유통 물량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면 국산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돼지고깃값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수입산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인상 압력을 받게 된다. 수입 비중이 큰 스페인산 수입 돈육의 직매입 시세는 지난해 4월 ㎏당 4달러 초반에서 현재는 5달러 내외로 15~20%가량 급등했다.지난해에는 유통업체와 대형 수입상 등이 벨기에산 돈육을 많이 판매했으나,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벨기에산 돈육의 수입이 금지되면서 스페인산 돈육의 수입가가 상승하고 있다.특히 돼지열병이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을 덮치면서 수입 돈육 시세는 앞으로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아프리카열병에 걸린 돼지는 처음에 고열증세를 보이고 피부가 빨강, 보라색으로 변한 뒤 눈과 코에서 고름을 쏟다가 피가 섞인 설사를 하며 죽는다. 발병에서 폐사까지 며칠 안에 급속하게 진행되는 이 질병의 치사율은 거의 100%에 이른다.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중국에서 자체 생산이 급감하면 수입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물량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돼지고기 시세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