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단체 보고서…작년 10월 이후 석달만에 1조2천억원 새 계약
"업체들 로비 있었는지 의회가 조사해야"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선언 후 석 달여 만에 미국 방산업체들이 11억 달러(1조2천억원)가량 새 미사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AFP통신이 반핵단체 보고서를 인용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비정부기구(NGO)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과 PAX 등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요 방산업체 6곳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NF 탈퇴를 선언한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만에 11억 달러를 벌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제작하는 레이시언은 이 기간에 44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5억3천700만 달러(약 6천170억원)를 벌었고, 록히드마틴도 36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2억6천800만달러(약 3천120억원)를 벌었다.

보잉 역시 4건의 계약을 따내면서 2억4천500만 달러(약 2천700억원)를 벌어들였다.

ICAN은 핵무기폐기조약을 끌어낸 공로로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적 반핵단체다.

ICAN을 이끄는 베아트리스 핀은 "INF 탈퇴 선언이 새로운 냉전 시대의 방아쇠를 당겼다"며 "의회는 뜻밖의 거액을 벌어들인 보잉과 록히드마틴, 레이시언 등의 로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INF 탈퇴선언후 美방산업체 석달새 미사일 11억弗 계약"
INF는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 미사일,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시험·배치를 금지한 이 조약은 미·소 군비 경쟁을 끝내는 토대가 됐지만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폐기 위기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이뤄진 계약들이 새로운 핵무기 생산과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미사일을 만드는 소수 미국 기업들의 이익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프랑스와 인도,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 있는 민간 군수 기업들과 핵무기 개발·비축을 위해 체결한 계약 규모가 모두 1천160억 달러(135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ICAN과 PAX는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은 핵무기 개발·비축 관련 계약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