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추가 개방 조치를 내놨다. 막바지 단계에 이른 미·중 무역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새로운 양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궈수칭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신화통신, 인민일보, 경제일보 등 관영 언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44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 금융시장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12개의 새로운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협상은 이르면 오는 10일 타결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에 떠밀린 中, 금융시장 더 연다…"무역협상 10일 타결 가능성"
中, 금융시장 문 활짝 연다

중국 정부는 우선 외국 자본이 중국 현지 상업은행 지분을 100%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 자본이 중국 현지 은행에 투자할 때는 단일 지분 20%, 합산 지분 25%로 한도 제한을 받아왔다. 외국계 은행이 중국에 법인이나 분행(지점을 총괄하는 본부)을 설립할 때 요구했던 각각 100억달러(약 11조6400억원), 200억달러의 총자산 조건도 없어진다.

해외 금융회사가 중국 신탁회사에 투자할 때 10억달러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진다. 해외 금융회사가 중국에 있는 외자계 보험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허용된다. 외국 보험중개 회사가 중국에서 영업하려면 30년 이상의 경영 경력이 있고, 총자산도 2억달러 이상 갖춰야 한다는 조건도 폐지된다.

중국과 외국자본 합작은행의 중국 측 지분 제한도 완화하고, 중국 측 주요 주주가 반드시 금융회사여야 한다는 규정도 사라진다. 외국계 은행이 위안화 거래 업무를 할 때 받아야 하는 정부 승인 절차도 없어진다.

궈 위원장은 “이번 추가 개방 조치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금융업의 경영 수준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중국의 명백한 양보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증권사,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의 외국 자본 소유 지분 제한을 51%로 확대하고 2021년 하반기에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의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발표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임박

미국 CNBC방송은 이날 미·중 무역협상이 이르면 10일 타결돼 공식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측 협상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차 고위급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은 8일부터 이틀 동안 워싱턴DC에서 7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중은 대부분 쟁점에서 공감대를 이뤘지만 관세 폐지 여부를 놓고 여전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매긴 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양측은 미국이 지난해 9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10%의 관세를 즉각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500억달러어치의 다른 중국산 제품에 매긴 25% 관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