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초주검이 됐는데 지진까지 나니 무섭고 두렵습니다."

최근 강원 동해안을 초토화한 대형산불이 발생한 지 보름 만에 지진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이 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9일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은 동해,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주민이 거의 동시에 느낄 정도였다.
"산불에 지진까지…못 살겠다" 또 가슴 쓸어내린 동해안 주민
지난 4일 밤 산불이 발생했던 강릉시 옥계면 주민은 이날 점심시간을 앞두고 들판에서 농사일하다 지진을 느꼈다.

특히 강한 바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목격하며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주민은 이날 지진까지 발생하자 "죽어라 한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불길이 집 옆까지 다가오자 호스로 물을 뿌리며 안간힘을 썼던 박모(63·강릉시 옥계면)씨는 주변의 산이 점점 새카맣게 변하는 모습에 이곳을 떠나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도시에 살다가 옥계면으로 귀농한 그는 청정지역으로 알고 왔던 곳이 산불과 폭설, 미세먼지에 이어 지진까지 발생하는 곳이라는 걸 이날 실감했다.

그는 "대형산불에 이어 지진까지 발생하니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만 같다"며 "무서워서 살겠나.

마을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정지역인 줄 알고 왔는데 지진까지 발생하니 못 살겠다.

산불 때문에 심적으로 초주검이 된 상태여서 떠나고 싶다.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안전한 곳이라고 느꼈던 동해안마저 지진이 나니 자연재해가 정말 심각해졌다"며 "이제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산불에 지진까지…못 살겠다" 또 가슴 쓸어내린 동해안 주민
이날 강릉시 관련 부서에는 놀란 시민들이 지진이 발생한 게 맞는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시 관계자는 "강릉에서 규모 4 이상의 지진은 처음이다"며 "강릉이 그동안 안전도시라고 자부해왔는데 요즈음 좋지 않은 일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넘어오는 바람에 망상 오토캠핑리조트장이 소실되고, 주민의 보금자리가 잿더미로 변한 동해시는 지진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답답해하고 있다.

동해시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한 곳이 동해시보다는 강릉 옥계면과 가까운데 동해시 동북쪽으로 알려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에 이어 지진으로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불에 지진까지…못 살겠다" 또 가슴 쓸어내린 동해안 주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