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넥스트 유니콘 기업의 퀀텀리프
‘모소 대나무(moso bamboo)’는 중국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 대나무다. 4년 동안 단 3㎝만 자라는 모소 대나무를 키우는 농부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매일 물과 양분을 주며 묵묵하게 길러낸다. 씨를 뿌린 지 5년이 지나면 모소 대나무는 하루에 30㎝가 넘게 자라기 시작해 고작 6주 만에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폭풍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를 ‘퀀텀리프(quantum leap·양자도약)’라는 물리학 현상에 비유하기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4년간 땅속에서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짧은 시간에 훌쩍 성장하는 것이다.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청년 최고경영자(CEO)들을 보면 모소 대나무가 생각난다. ‘토스’를 개발한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 부동산 플랫폼 기업 직방, 스마트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힐세리온 등이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뿌리를 내려 모소 대나무가 폭풍 성장하듯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2011년 개교 후 2400여 명의 청년 창업가와 57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청년 CEO 양성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3월 중진공 이사장으로 취임, 사람에 대한 투자와 인재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 5개소로 운영했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전북, 경기 북부, 강원, 제주 등 전국 17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올해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1000명의 9기 입교생을 모집했고, 5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통해 신규 입교생을 선발했다. 이번 9기 입교생 모집에선 정부 정책기조인 혁신성장 분야와 공정경제를 실현하는 사업과 관련한 예비 청년 CEO를 중점적으로 뽑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예비 청년 CEO 504명, 독과점 해소 분야 82명, 사회적 경제 분야 120명, 장애인 9명 등이 최종 선발됐다.

미국 시장분석회사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기업 326개 가운데 한국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인 비바리퍼블리카를 포함해 6곳만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기업은 156개, 중국은 91개를 차지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청년 CEO 중 각 지역에서 매년 유니콘 기업 1개씩만 탄생시켜도 언젠가 수백 마리 유니콘이 비상하는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진공은 4월 5일 식목일을 ‘청년 창업의 날’로 선포하고 입교생들과 함께 ‘성공나무’를 심었다. 글로벌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재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넥스트 유니콘 기업의 퀀텀리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