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빨아들이는 북미 셰일가스…좋은 투자 기회 생겨날 것"
“북미 셰일가스업계가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어 미국 자본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퍼스트리저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셰일가스 기술의 발전으로 미국이 조만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좋은 투자 기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퍼스트리저브는 북미지역에서 에너지·광물자원과 서비스 인프라 전반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국내에선 SK(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이 지난달 퍼스트리저브를 통해 미 에너지업체 블루레이서 미드스트림에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크루거 CEO는 “그동안 한국에선 과거 공기업들의 실패 경험 탓에 자원 투자를 위험하게 받아들여왔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탐사와 시추까지 3~4년이 걸리는 전통 유전 개발사업과 달리 셰일가스는 6개월이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유전 개발도 가능해져 중소업체들이 등장했고 예전보다 적은 500만~1000만달러 단위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와 오하이오주 마셀러스-유티카 분지 등에서 대규모 셰일가스층이 발견되면서 미국 에너지산업은 더욱 유망해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메이저 석유업체는 물론이고 중소업체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어 신기술을 개발, 채굴 단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돼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수출 규모에서도 4~5년 뒤에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크루거 CEO는 “2014~2015년 유가 폭락 사태는 미 셰일가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2014년 초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2015년 26달러까지 폭락하면서 많은 업체가 쓰러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기업은 기술혁신에 매진해 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크루거 CEO는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가 주춤할 수는 있어도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경제 성장이 이뤄지고 있어 주요국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