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하노이 결렬’ 이후 미·북 대화의 촉진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다시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란 분석이다. 회담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2기 체제’ 출범을 알리는 최고인민회의가 맞물려 있어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북·미 대화 재개 위해 최선 다할 것”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10~12일 미국을 공식 실무 방문하고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북·미 사이의 대화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한·미 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톱다운식 접근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1일 낮 12시부터 2시간가량 예정돼 있다. 단독회담으로 시작해 핵심 각료와 참모가 배석하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잇따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와 이를 달성하는 로드맵에 대해 한·미 간 의견이 일치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이견 가능성에는 “한·미 간 비핵화의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와 로드맵이 일치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미·북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협상 재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방문을 하루 앞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 공조 재확인하는 수준 될 것”

문 대통령은 1박3일간의 강행군을 통해 미국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법론을 조율할 계획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을 상대로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단계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방미 협상 카드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괜찮은 거래)이다. 이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해주는 중재안을 의미한다.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안전장치로 넣는 등의 방안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는 교착상태에 놓인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이른바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안을 제시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미국 측은 여전히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최근까지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회담은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는 무난한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미국의 비핵화에 대한 생각이 일치한다는 것 외에 북한을 설득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메시지 변수

11일로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변수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 CBS방송에 출연해 “최고인민회의의 김 위원장 발언을 예의주시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날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회의가 열리는 만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으로 북한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 김정은의 새 임기가 11일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번 회의에서 공식적인 ‘국가 원수’로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일부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기관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고인민회의 전망에 대해 “과거의 북한 동향을 추정해보면, 일단은 최고인민회의가 (대의원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인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