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배달 오토바이 뒤쪽에 설치된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붙이는 사업을 하고 있는 뉴코애드윈드 장민우 대표가 규제 샌드박스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한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배달통을 활용한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를 다음 위원회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장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사전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보류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장 대표의 반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의 실험장’이라고 강조했던 규제 샌드박스가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사례다. 광고 서비스를 할 오토바이 대수를 소규모로 제한해 시험해 보라는 식으로 사업을 하기 어려운 조건을 강요당했다는 게 장 대표 얘기다.

이런 경우는 뉴코애드윈드만이 아니다. 해상 인명 구조용 조끼(스타코프)를 신청한 기업도 ‘60개 한정’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의 대표사례로 홍보한 도심 지역 수소차 충전소도 각종 조건이 붙은 채로 승인됐다.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일수록 조건이 많이 붙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놀이터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맘대로 승인과 불허를 결정하거나 이런저런 조건을 갖다 붙이는 놀이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규제 샌드박스를 뛰어넘자’는 주제의 코리아리더스 포럼에서도 규제 샌드박스가 공무원들이 규제 혁신을 회피하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무원들이 규제를 폐지하는 부담도 줄이고 실적도 올리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산업만이라도 ‘우선 허용, 사후 정비’라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규제 그물망 자체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걷어내자는 규제 샌드박스의 원래 취지가 사라지고 만다.

과기정통부는 뉴코애드윈드 장 대표의 주장에 대해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지만 장 대표의 요구 사항이 계속 달라진다”고 했다. 부처의 해명이 맞는지 장 대표의 주장이 옳은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마저 공무원의 소극행정 탓에 무력화되고 그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면 엄중 조치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