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의 재산을 물려받을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유가족이 납부할 상속세 규모가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는 형태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지분율 17.84%)과 계열사 한진(6.87%) 등 상장사의 주식가치 합계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3560억원에 이른다. 현행법상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상속받으면 ‘할증’ 세율이 적용된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율이 모두 50% 미만이어서 할증률은 20%다. 상속 규모가 30억원을 웃돌면 과세율은 50%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에 할증률을 적용하면 426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과세율 50%를 적용하면 총상속세 규모는 2132억원이다. 상장사 주식 외에 조 회장 명의의 비상장사 지분과 부동산 등도 물려받는 만큼 상속세 규모는 이를 웃돌 전망이다.

상속세는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상속시점 기준으로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조 회장 일가는 이 기간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을 바탕으로 상속세 납부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액의 50%까지 가능하다. 조 사장을 비롯한 유가족이 보유한 한진칼과 한진 주식을 담보로 600억원가량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속세를 완납하려면 1500여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시장에선 이를 위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회장 일가가 공익법인을 활용해 조 회장 보유 주식을 상속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주식을 5% 내에서 상속받으면 상속·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하지만 편법적 지배력 확대라는 비판 여론이 불거질 수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상속세 마련이 여의치 않으면 조 사장 일가가 조 회장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