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 자동차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의 강화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지난 3년간 미국의 다른 제조업체들에 배출권을 판매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CA는 EU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을 자사 판매량으로 집계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자사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FT는 “FCA가 테슬라에 지급한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내년부터 자동차 탄소 배출량을 ㎞당 평균 95g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해 FCA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가스양은 123g/㎞로 EU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FCA는 지프 등 크고 무거운 차를 주로 판매하고 있어서 배출가스를 줄이기에 취약하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FCA가 2021년 EU에 물어야 할 과징금이 20억유로를 넘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탄소배출권 판매는 쏠쏠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테슬라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2017년 2억799만달러, 2018년 1억30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로이터는 “차량 판매 감소와 오너 리스크에 빠진 테슬라가 현금이 확보되는 탄소배출권을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