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日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 中에 호텔을 세운 까닭은
지난해 중국 선전에 ‘무지 호텔’이란 곳이 생겼다. 일본의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이 세운 것이다. 무인양품이 호텔을 지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여기엔 무인양품의 특별한 공간 활용법이 담겨 있다. 고객은 무지 호텔에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이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스며들게 된다.

우선 호텔 방 안은 무인양품 가구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전기 포터도 무인양품에서 생산한 것이다. 방을 나와 호텔 3층에 가면 ‘무지 도서관’이 있다. 이곳은 무인양품이 큐레이션하고 발행한 책으로 가득하다. 식당으로 가면 무인양품이 조달한 식료품으로 조리한 음식이 나온다.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무인양품에 관한 모든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은 경험이다》는 매력적인 공간을 구성해 자기만의 고객을 확보하는 방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과 교수다.

많은 기업이 최근 오프라인 공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모순되게도 온라인의 성장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빼앗긴 시선을 오프라인으로 다시 가져오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쁜 공간, 멋있는 공간을 꾸민다고 사람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무지 호텔처럼 ‘경험’을 극대화한 공간이 성공하는 시대다. 온라인에선 불가능한 것을 오프라인 공간이 구현할 수 있도록 촉각, 후각까지 모든 감각을 깨우는 전략이다. 저자는 “과거의 공간이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물리적인 장소에 그쳤다”며 “반면 디지털 시대의 공간은 경험을 주는 장소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도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백화점 매장에 알록달록한 병을 전시해놓는다. 병 안에 든 것은 다양한 크기의 부스러기다. 옆에는 다이슨 청소기가 벽에 걸려 있다. 부스러기를 매장의 체험장 바닥에 뿌리고 청소기로 빨아들여 성능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청소기만이 아니다. 헤어드라이기 체험도 돕는다. 매장에 상주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이 화장대에서 머리를 만져준다. 하나의 헤어숍 같은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나아가 그곳에 모인 고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 된다면 더욱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