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 감사보고서로 혼란초래…그룹 전체로 위기 확산 막기위한 '자구책'
전날 산은회장에 'SOS'…채권단 압박에 밀려났다는 분석도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에 전격 사퇴 '강수' 둔 박삼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용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떠밀리듯 사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아시아나의 경영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오후 박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고 밝혔다.

그룹은 박 회장 사퇴 이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사태 관련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과 관련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 여파로 모회사인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22∼25일 정지됐고 아시아나항공의 상장채권 '아시아나항공 86'이 상장 폐지되는 등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에 전격 사퇴 '강수' 둔 박삼구
이 사태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닷새 만에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마무리되는듯했다.

하지만 수정된 재무제표에서 아시아나의 작년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 불신을 다시 키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 아래에는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수준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이날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있다가 2014년 자율협약에서 졸업했지만, 차입금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높아 시장에서는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맺고 자구계획과 차입계획을 시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약정에 따라 작년에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과 CJ대한통운 주식 매각, 전환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으로 차입금을 줄였다.

그룹 전체 부채비율도 전년보다 약 30%포인트 줄어든 364.3%로 개선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감사보고서 사태' 이후 아시아나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의 신용등급 'BBB-'에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에 전격 사퇴 '강수' 둔 박삼구
실제로 발행 예정이던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은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뒤 주요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아시아나의 ABS 발행 현황은 여객매출채권 유동화 증권이 1조2천억원,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리스 및 정비 매출채권 유동화 증권이 4천200억원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ABS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현재 BBB-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낮추면 즉시 상환 조건이 발동된다'는 특약이 걸려 있다.

ABS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하면 올해 도래하는 아시아나의 차입금 만기액은 약 1조7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아시아나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산업은행에 'SOS'를 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룹도 박 회장이 전날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이날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압박에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