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힘입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마크롱 정부가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복지에 칼을 대면서 공공부문 지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10년 넘게 표류하던 프랑스의 공공재정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며 “감세 정책을 지속하면서 재정 건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통계청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2.5%(596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프랑스는 2017년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재정적자를 유럽연합(EU)의 상한선인 GDP 대비 3% 미만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는 98.4%로 여전히 높지만,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던 공공지출 비중이 줄고 있다. 2017년 GDP 대비 56.4%를 나타냈던 공공지출은 지난해 56.0%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공공지출 증가율은 1.9%로 전년(2.3%)보다 감소했다. 제라드 다르마냉 예산장관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의 공공지출 비중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르피가로는 “사회보장기금 비용이 전년 대비 216억유로 감소하면서 공공지출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정부는 저소득자나 학생 등에게 정부가 월세의 3분의 1 정도를 지원해주는 주택보조금을 전보다 월 5유로씩 줄여서 지급하는 등 재정긴축 정책을 펴왔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 것도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마크롱 정부는 집권 후 보유자산이 130만유로(약 17억원)를 넘는 개인에게 부과하던 부유세를 폐지하고 부동산 자산에만 과세했다. 감세 정책으로 적자 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총세수는 지난해 2.3% 증가했다. 법인세 수입은 32억유로 줄었지만 소득세 수입은 작년 한 해 26억유로 늘었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유류세와 담뱃세 인상으로 부가가치세 수입도 70억유로 증가했다.

마크롱 정부는 앞으로도 2022년까지 법인세를 현재 33.3%에서 25%로 인하하고, 지방세 중 하나인 거주세도 3년 이내에 폐지하는 감세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올해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2% 안팎으로 다시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해 ‘노란 조끼’ 시위가 확대되면서 정부가 유류세 추가 인상 계획을 철회했고, 기업에 비용을 일부 지원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U는 프랑스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재정적자 ‘3% 룰’ 적용을 1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마크롱 정부의 개혁 의지가 강하고 경제가 성장국면을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6%로 최종 확정됐다. 2017년 2.3%보다 감소했다. 프랑스 통계청은 노란 조끼 시위 등으로 가계 소비 증가율(0.8%)이 둔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