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26일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서 LG 시그니처 에어컨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모델들이 26일 서울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서 LG 시그니처 에어컨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거실이 가전제품 전시장이 된 것 같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몇 년 전부터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에어컨, 난방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등 공기를 관리하는 제품을 한 대씩만 놓아도 5대나 되는 만큼 공간이 비좁아진다는 지적이다. 제조사로서는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2015년 LG 시그니처 에어컨 개발 태스크(task)가 구성됐다. ‘공기 관리기(에어 컨디셔너)’의 본질을 되살려 보기로 했다.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는 것만이 ‘에어컨’이라는 편견을 깨자는 시도였다. 냉·난방, 가습·제습, 공기 청정까지 하나의 제품에 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세계 최초의 ‘올인원’ 에어컨은 이렇게 탄생했다.

사계절 가전이 된 에어컨

LG 시그니처 제품은 ‘선(先)디자인 후(後)개발’ 전략을 고수한다. 가전제품이 인테리어를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1등디자인위원회’와 뱅앤올룹슨 출신인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가 고안한 디자인에는 알루미늄 외관에 ‘시그니처 에어 서클’과 디스플레이 화면 등 두 개의 원만이 존재했다.

문제는 제품 크기였다. 크기를 키우지 않으면서 다섯 가지 기능을 모두 탑재해야 했기 때문이다. 디자인팀과 연구개발(R&D)팀이 충돌할 때도 많았지만 결국 “디자인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어려운 기술은 해외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다섯 가지 기능이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4년간 연구개발을 지속한 배경이다.

디자인을 우선시한다고 해서 기술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LG전자 최고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최고의 기술을 적용해야 했다. 냉방은 기존 제품보다 24% 빠른 속도로 설정 온도에 도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공기 청정 기능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개별 공기청정기 수준의 청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차이는 거실에 고정해 두고 쓰느냐, 여기저기 옮겨가며 쓰느냐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능으로 편의성도 더했다. 물로 세척하기만 해도 10년간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시그니처 블랙 필터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제품 외벽에 설치된 미니 로봇청소기 ‘시그니처 필터 클린봇’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공기청정 프리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한다. 오는 5월 출시될 LG 시그니처 에어컨은 23평형 스탠드 에어컨과 7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합쳐 1000만원 이상에 판매될 전망이다.

‘광고판’ 효과에 낙수효과 쑥쑥

냉장고, 올레드 TV,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에 이어 에어컨이 출시되면서 LG 시그니처 라인업은 5종으로 늘어났다. LG전자 측은 매출 중 LG 시그니처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판매 대수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많이 팔려고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송 사장은 “판매 대수나 매출은 중요한 지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과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제품을 작품화하고, 소비자들이 ‘LG=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낙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LG전자 경영진의 판단이다. 소비자들에게 ‘LG 시그니처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일으키면 이런 생각이 다른 대중적인 제품까지 확산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광고판’ 효과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