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추가 기소 필요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화당과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른 반면 민주당은 반발하면서 전체 수사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사법부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한 방'없이 끝난 뮬러 특검…美 민주 "수사 보고서 공개하라" 반발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지난 22일 1년10개월여간에 걸친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익명의 법무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검찰이 지금까지 사법 처리한 주요 사안 외에 추가 기소 요청은 없었다. 뮬러 특검은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캠프 선거대책본부장 폴 매너포트와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 등 개인 34명과 3개 기업을 기소했다.

보고서를 받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제럴드 내들러(민주당) 등 연방 상·하원 법사위원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상의해 어떤 내용을 의회와 대중에 공개할지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한국에선 특검이 직접 대중에 내용을 공개하지만 미국에선 보고서를 공개할지,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법무장관이 재량으로 결정한다.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 관계자와 러시아 정부가 공모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와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수천 건을 해킹해 공개했다는 의혹 등 부정선거 혐의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의혹을 수사했다. 여러 주정부 검찰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트럼프의 대선과 취임식을 지원하고 트럼프 재단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업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은 물론 대통령의 개인 탈세 의혹과 과거 성관계를 한 여성에게 선거자금으로 입막음 대가를 지급했다는 혐의까지 들여다봤다.

특검팀이 장기간의 수사 끝에 추가 기소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족쇄가 풀렸다’며 기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 보고서에 있더라도 기소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보시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2년의 임기를 허위·조작된 러시아 공모 스토리 아래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특검 보고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은 특검 보고서를 제출받지도 브리핑을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혹을 부인하고,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의 무고함이 밝혀졌다”는 공화당의 공식 성명을 트위터를 통해 재전송(RT)한 뒤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거취가 달린 문제인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민주당은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법무부를 압박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성명을 내고 “보고서와 (수사 결론 도출에 적용된) 문서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원의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같은 주장을 한 뒤 필요 시 보고서에 대한 강제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더라도 보고서 내용에 따라서는 그에게 치명타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WP는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의 발언 등을 인용해 “다수의 민주당원들이 지도부에 사법부의 독립성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특검 종료가 끝이 아니라 더 큰 싸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의회전문 매체인 더힐에 따르면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는 이날 정보공개청구법(FOIA)에 따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법무부를 상대로 특검 보고서와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