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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때 아닌 용지부족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전단지나 각종 책자에 사용하는 인쇄용지가 크게 부족해진 것입니다. 지난해 지진과 호우 피해로 주요 용지 제조공장들의 가동이 멈췄던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용지 조달이 힘들어진 탓에 대규모 수주를 제의받고도 이를 거절하는 인쇄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일본은 올해 봄엔 지방선거가 있고 5월에는 새 일왕 즉위 등에 따른 10연휴가 예정돼 있습니다. 7월 참의원 선거도 잡혀 있어 각종 전단지와 광고물의 인쇄 특수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오일쇼크 이래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용지 부족이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쇄용 종이가 부족해진 것은 지난해 일본을 강타했던 각종 자연재해 탓이 큽니다. 서일본 호우와 홋카이도 지진 등으로 일본의 주요 제지공장들이 일시 문을 닫았었고, 이후 재가동 후에도 일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제조용지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전단지 등에 사용되는 용지의 올 2월 현재 유통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40%가량 적다고 합니다. 올 들어 인쇄용지 도매가격도 20%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일본도 오랫동안 출판 불황이 지속되고 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내수 인쇄 시장 규모가 정점이었던 2006년의 60% 수준까지 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5월 10연휴가 잇따르면서 각종 선거 전단과 여행안내 팸플릿, 홍보자료, 광고 팸플릿 특수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사업기회를 맞이한 인쇄업계가 원재료인 용지 부족으로 대목을 눈뜬 채 흘려보낼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지난해 일본은 유난히도 크고 작은 재난이 전역에 잇따랐습니다. 자연재해의 경제 피해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미처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일본의 예상 밖 용지난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경제의 특징이 잘 드러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