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 누출·미소지진 등 원인 파악 아쉬워"
"지진 원인, 계속 연구하고 논의돼야"
지난 20일 정부 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인해 촉발된 '인재(人災)'라는 결론을 내렸다.
발전소의 시추와 물 주입이 미소지진을 일으키고 이 영향으로 강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날 연구단이 밝힌 미소지진과 본진(本震)은 진원 인근에 설치된 연구용 지진계 8대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진계는 본진이 일어나기 불과 5일 전인 2017년 11월 10일 설치된 것이다.
이 지진계를 설치한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진을 막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놓쳤다.
이수(진흙 등이 포함된 물) 누출이나 미소지진 발생 등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게 미흡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2016년 경주지진이 있었고, 이 지진의 여진을 분석하던 중 당시 관측망 북쪽에서 규모가 작은 지진들이 발생했음을 감지했다.
점점 횟수가 늘고 크기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해 2017년 11월 경주지역 여진 관측망의 일부를 포항 흥해읍으로 옮겼다"고 지진계를 설치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가 놓은 지진계는 포항지진 진앙에서 반경 1∼2㎞에 있다.
이에 규모가 작은 지진의 기록까지 고스란히 남았다.
다만 본진의 경우 연구용 지진계의 측정치를 벗어나 P파와 S파 중 S파의 기록은 없다.
기록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함께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와 관련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작년 4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20일 정부연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며 논문의 내용은 더 보강됐다.
논문에서 김 교수팀은 물 주입 이전에 있었던 미소지진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는데, 정부조사단에서 시추공 이수 누출의 영향으로 이런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단층에 대한 증거도 조사단에서 재확인됐다.
2017년 10∼11월 지열발전소에서 지하로 주입한 물을 회수하지 못했는데, 이는 이곳에 물이 빠져나갈 만한 단층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 시추공(PX1, PX2)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넣었는데, PX2의 경우 지하 3천980m 정도에서 카메라가 더 들어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는 PX2가 절단됐다는 의미"라며 "철로 된 파이프가 그냥 절단됐을 리가 있겠나.
이곳이 포항지진 때 파손됐고, 단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정부조사단 결과에 대한 반론이 여전히 제기된다.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하기에는 주입한 물의 양이 적다는 것이다.
지열발전소에서는 2016∼2017년 다섯 차례에 걸쳐 1만2천800t의 물을 땅속에 주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물이 시추공을 통해 단층에 바로 주입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주입한 물의 양이 늘어나면 지진 규모가 커진다는 관계식이 있다.
그런데 물이 단층면에 바로 주입된다면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자극이 갈 수 있다"라며 "원인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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