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의 워런 버핏' 리자오지 은퇴…홍콩 4대 부호시대 막 내렸다
홍콩의 번영을 이끈 4대 부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4대 부호 중 마지막 남은 홍콩 2위 부자 리자오지(李兆基) 헝지그룹 회장(91·사진)이 오는 5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리 회장은 지난해 은퇴한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창업자, 2016년 작고한 정위퉁(鄭裕) 신스지그룹 창업자, 1990년 타계한 궈더성(郭得) 신훙지그룹 창업자와 함께 홍콩의 4대 부자로 불려왔다. 이들 네 명은 모두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부를 일궜다.

22일 중국 경제전문 차이신에 따르면 헝지그룹은 홍콩거래소 공시를 통해 리 회장이 5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그룹 계열사 주요 자리에서 물러나며 은퇴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1928년 중국 광둥성 순더에서 태어난 리 회장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다. 20세에 1000홍콩달러(약 14만4000원)를 들고 홍콩으로 건너간 뒤 1956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1973년 홍콩 땅값이 폭락했을 때 헐값에 땅을 사들인 덕분에 큰돈을 벌었다. 이후 1983년 중화가스를 인수하며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호텔, 교통, 유통, 소매 사업을 거느린 헝지그룹을 일궜다.

리 회장은 2004년 50만홍콩달러를 투자해 2년 만에 200만홍콩달러로 불리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중국 본토기업 주식에 집중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재벌이지만 증시에 눈을 돌려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고 이 때문에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헝지그룹은 2017년 홍콩 도심 센트럴 머레이 부근에 있는 주차장 부지를 232억8000만홍콩달러(약 3조3500억원)에 낙찰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만3200㎡ 면적인 이 부지의 당시 3.3㎡당 낙찰 가격은 약 2억5000만원에 달해 세계 상업용 용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리 회장은 헝지그룹을 장남 리자제(李家杰)와 차남 리자청(李家誠)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리자제가 중국 본토 사업을, 리자청이 홍콩 사업을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다. 헝지그룹 부회장인 리자제는 중국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중국 본토에 광범위한 인맥을 갖고 있다. 리자청은 1993년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헝지그룹에 입사해 헝지그룹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