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아닌 김정은 2기 권력재편 주목…국무위·내각 물갈이 전망
北 최고인민회의서 '포스트 하노이' 대내외 정책 구체화할까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안팎의 정세가 순탄치 않은 가운데 새로 구성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의 첫 회의가 내달 11일 열려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 정권의 2기 출범을 선언하는 자리인 데다 북미 간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이어서 북한이 내놓을 결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당 중심 국가인 북한에서 중요한 결정은 노동당 회의를 통해 이뤄지지만, 중요한 정책 방향이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서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에서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해 핵 보유 의지를 분명히 했고, 2017년 4월 열린 제13기 5차 회의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산하에 '외교위원회'를 부활해 대외관계 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에서 주요 정책과 노선을 선언하고 직후에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이나 결정을 채택해 정책을 뒷받침해왔다.

북한은 작년 4월에도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 앞서 당 전원회의를 열어 '핵·경제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언했으며, 최고인민회의는 전년보다 5.1% 포인트 증가한 예산안을 채택하고 지출총액의 47.6%를 '인민생활향상' 자금으로 돌렸다.

일단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강경 도발의 과거 회귀보다는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대북제재에 맞서 경제건설과 주민 생활 향상에 집중하는 정책과 법령 입안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北 최고인민회의서 '포스트 하노이' 대내외 정책 구체화할까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조심스러운 대미 행보를 걸으면서 주민들에게 외부 의존이 아닌 자력갱생과 자강력으로 경제건설에 총력하자고 역설하고 있는 북한의 최근 태도가 이런 전망을 낳는다.

그런데도 최근 미국이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할지 말지 곧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행보를 한쪽으로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한 북한 전문가는 "내달 11일 최고인민회의까지 아직 20일 가까운 시간인 만큼 북한 지도부가 향후 정책 방향을 숙고해 결정하고 노동당과 최고인민회의의 추인을 받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해놓은 이야기가 있어 급격한 방향전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최근 북한이 경제건설을 강조하며 각 도(道), 군(郡)별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분권화를 강화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책정이나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김정은식 권력체제'의 재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일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북한 역사상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의원이 아니지만, 그가 위원장을 맡은 국무위원회는 2016년 제13기 4차 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 지도기관이 됐고, 구성원도 해마다 국무위원장의 제의로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임명돼왔다.
北 최고인민회의서 '포스트 하노이' 대내외 정책 구체화할까
북한 헌법은 국무위원장을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로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으며, 특히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 또는 소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정권의 헌법상 최고 국가권력 기구인 국무위원회 대신 새 국가기구가 탄생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정권의 핵심 국가기구로 정상국가 지향 차원으로 출범한 지 불과 3년 만에 폐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무위원회는 헌법상 국가전반사업을 총괄하는 기구인 데다 김정은이 국무위원장 직책을 애용하는 것으로 보여 3년만에 없애고 새 기구를 내올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김정은이 대의원이 아닌 만큼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는 국무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호 관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줄곧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해온 최태복이 이번에 대의원에 선출되지 못해 다른 인물이 의장에 뽑힐지, 아니면 새 권력기구 재편에 따른 것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10일 치러진 선거에서 대의원 교체율이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김정은 2기 정권을 구성할 국무위원회와 내각, 최고인민회의 등 주요 권력기관의 인사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