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등으로 인한 인공지진은 지진파·발생 깊이 등 달라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더라도, 시간이 흐르며 자연지진 양상"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경북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역의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인공지진과 자연지진의 차이점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지진 관측 기관인 기상청은 거의 곧바로 '북한에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며 그 규모를 발표했다.

당시 지진 발생 위치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해 인공지진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받아들여 졌고, 얼마 뒤 북한의 공식 발표로 핵실험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한국이나 북한에서 광산 발파 등이 있어도 인공지진이 감지된다.

기상청이 발표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포항 지진은 자연지진의 특징을 보였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 분석관은 이날 포항 지진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와 관련해 "인근 지역의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자연지진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지만, 기상청 입장에서는 자연지진의 양상을 보였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인공지진은 P파, S파 등 지진파가 자연지진과 다르게 나타난다.

아울러 인공지진은 발생 깊이가 지표면에서 가깝고 공중에서 폭발음 음파가 잡힌다는 점 등에서 자연지진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포항 지진은 이런 점만 놓고 보면 자연지진이었다.

우 분석관은 "오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당시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해 촉발됐더라도, 시간이 흐르며 단층이 움직여 발생했다는 점에서 자연지진과 똑같았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지열발전소에 지열정을 굴착할 때 이수(mud)가 누출됐고, 유체(물)를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해 포항 지진 단층면 상에서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을 일으켰다.

이 미소지진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며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는 인공지진이지만, 인위적인 폭발이 아닌 단층 움직임으로 인한 지진이라는 점에서는 자연지진 특성을 띠었던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