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과세방식 탓에 수입품이 국산보다 더 싼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맥주가 그런 사례다. 맥주 수입액은 3년 새 두 배로 급성장해 지난해 3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입맥주는 ‘1만원=4캔’ 할인행사로 인기를 끌며 가정용의 50%를 장악했다. 반면 국산맥주 업체들은 가동률이 뚝 떨어져 세 곳 중 두 곳이 적자다. 1위 업체조차 수입을 늘려 판매 부진을 만회하는 형국이다(한경 3월18일자 A1, 5면).

이런 기현상은 소비자 선호 변화도 있지만 주세 역차별이 주된 요인이란 게 업계 주장이다. 주세는 과세표준에 세율(72%)을 곱하는 종가세(從價稅) 방식이다. 수입맥주는 과표가 수입신고가인데 국산맥주는 출고가(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에 물려 세금이 더 무겁다. 수입업자가 신고가를 낮추면 세금도 줄어 판매가격이 국산보다 싸지는 것이다. 심지어 ‘1만원=5~6캔’도 가능한 구조라고 한다.

정부·국회도 문제를 인식해 주세법을 고쳐 맥주 가격이 아니라 알코올 양에 과세하는 종량세(從量稅)로의 전환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서민술’인 소주와 ‘1만원=4캔’을 건드리지 않고 주세 역차별을 해소할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부가 다시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해 종량세 전환을 검토한다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맥주 사례는 불합리한 세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판도까지 좌우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세금은 거시경제, 산업경쟁력, 소비자 편익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다. 그런 점에서 국내 세제가 과연 합리적이고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종합 점검이 시급하다. 현 정부 들어 세계 추세의 반대방향인 증세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초(超)대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의 영향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세금 3조원을 더 걷으려다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고 자본 유출을 불러왔다면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 상속세(65%)로 중견·중소기업들이 가업상속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도 방치해선 안 된다. 과도한 면세자 비율과 특정계층에만 세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평과세일 수 없다. 잘못 설계된 세제는 경제 발목을 잡고 신뢰자본 형성도 방해한다. 세제 선진화 없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