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현지시간) 향후 5년간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해 하루 9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미국 셰일 혁명의 두 번째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며 “(미국의 석유 생산·수출량 증가는) 에너지 지정학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석유·가스의 국제 무역 흐름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 석유 수출 5년 후 2배…'오일 패권' 지각변동
IEA는 미국이 2021년이면 석유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많은 순수출국이 되고, 2023년 하루 수출량은 러시아보다 많은 89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산유량뿐만 아니라 수출량에서도 러시아를 제치고 사우디를 따라잡는 수준이 되면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IEA는 미국이 향후 5년간 산유량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2024년 미국의 산유량은 1370만 배럴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 기간 글로벌 석유 생산 증가량의 70%를 차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증가량의 7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체 산유량의 30%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량(1월 기준 하루 3083만 배럴)은 5년 후 하루 평균 40만 배럴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OPEC 회원국 중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능력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메이저 석유업체들은 셰일오일 생산량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소규모 개발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엑슨모빌과 쉐브론은 최근 미국 퍼미언분지에서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2024년까지 퍼미언분지에서만 하루 10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 전체의 생산량보다 더 많다. 퍼미언분지는 미국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부에 걸쳐 있는 사막지대로, 미국 최대의 셰일오일 생산지다.

석유 메이저가 셰일오일 생산에 적극 뛰어들면서 셰일오일 시추 기술 혁신을 이끈 소형업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사 매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소형 셰일업체들은 지난 8년간 셰일오일 생산에 2000억달러(약 226조원)를 쏟아부었다.

영국 BP, 네덜란드 로열더치쉘 등 유럽 석유 메이저들이 소형업체 인수에 미국 기업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BP는 호주 BHP빌리턴으로부터 미국 셰일오일 자산을 105억달러에 인수했고, 로열더치쉘은 퍼미언분지 최대 업체인 엔데버에너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