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전히 김정은과 '친분' 과시…美관리 "단계접근 지지 안한다"
트럼프 대북전략은 '전부 아니면 전무'…"빅딜을 노린다"[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2차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 전략을 놓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를 고수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기조가 점진적·단계적 접근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봤던 일반적 관측을 뒤집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케미'를 중시하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비록 2차 정상회담이 무위로 돌아간 상황이지만, 정상간 개인적 친분에 기초한 '톱다운 소통'을 토대로 여전히 '빅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행정부의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빅딜', 즉 대량살상 무기의 완전한 폐기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프랭크 엄 전 국방부 고문은 최근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회의에서 "현재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이 전부 아니면 전무인 듯하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후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북전략은 '전부 아니면 전무'…"빅딜을 노린다"[AFP]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다 점진적인 접근을 할 용의가 있다는 암시를 여러차례 해온 것으로 해석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우리는 이것이 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알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동시적으로 또는 병행적으로' 제재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단계별·동시적 접근과 제재 완화를 미국이 수용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차회담 석상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대가로 주요 제재 해제를 제안했을 때를 거절하고 회담장을 나왔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에 대해 "오랜 기간에 걸친 점진적 접근법은 과거 협상의 특징으로, 솔직히 말해서 과거에 이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북전략은 '전부 아니면 전무'…"빅딜을 노린다"[AFP]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상대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상대로 한 승리로 해석됐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첫 임기가 종료하는 2021년까지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는 점도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싱크탱크 '38노스'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2차 북미회담에서 부분적인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지난해 북미 관계의 회복에 따른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타운은 "이미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은 "상호 불신하는 두 배우(미국과 북한) 때문에 항상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타운은 그러나 3차 북미회담을 준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하는 점에 주목했다.

타운은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 기존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을 잘 아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기회를 뜻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북전략은 '전부 아니면 전무'…"빅딜을 노린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