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는 라이프스타일 투자 플랫폼이다. ‘아디다스 팬츠와 잘 어울리는 매일 입는 한복’부터 ‘치과치료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덴탈 3D프린팅 기기’까지 펀딩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아이템을 올리면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내는 방식의 비즈니스다. 지난해 3500여 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601억원이 모였다. 3년간 누적 펀딩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월 사상 최대 투자액인 100억원이 모였다. 와디즈에 돈을 내는 사람 가운데 20~30대가 절반이다. 부문별로는 패션·잡화, 푸드, 디자인 소품, 홈리빙 등 일상 소비재 중심이다.

"내가 직접 투자한 상품이 좋다"…크라우드펀딩 구매 '사상 최대'
‘취향 소비’가 가속화하면서 와디즈처럼 내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강렬한 소비 경험을 원하는 이들은 ‘직접 투자’를 통해 제품 및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2년간 20여 개의 와디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30대 직장인 서지영 씨는 “내가 낸 돈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영화를 개봉했고, 입고 싶은 옷에도 투자해 지인들에게 여러 벌 선물했다”며 “생산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내 물건’인 것처럼 더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특별한 맥락, 스토리가 있는 제품에 돈이 몰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패션업계에서는 ‘환경보호’라는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팔리’ 시리즈의 운동화와 의류를 2016년부터 출시했다. 액세서리 브랜드 ‘윙블링’은 북극곰 살리기를 후원하는 ‘빙하의 눈물 목걸이’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졸업식에 어울리는 신발’ ‘맥주 마신 다음날 마시면 딱 좋은 주스’ 등 상황과 특정 타깃별로 특화된 맥락을 파는 곳도 늘었다.

물건을 사면서 착한 일을 한다는 뜻의 ‘굿굿즈’도 화제다. 유니세프가 정기 후원 리워드로 선보인 ‘#every child 반지’는 20~30대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접속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호프링’ ‘옷핀 반지’ 등을 내놓으면서 유니세프에는 30대 이하의 정기 후원자가 크게 늘었다.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 세계자연기금(WWF)도 북극곰 팔찌와 파우치를 제작해 지급하자 정기 후원자가 급증했다. 이처럼 맥락을 파는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한편에선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빨대 등 작은 소품, 편하게 마시는 물 한 병에도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피곤하다”며 “호기심에 새로운 제품을 고르다가도 결국 너무 정보가 많아 가장 오래 먹고 쓰던 제품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