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를 이탈해 부산 광안대교를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의 선장이 3일 오후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부산해경 유치장에서 출감해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로를 이탈해 부산 광안대교를 충돌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의 선장이 3일 오후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부산해경 유치장에서 출감해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경이 지난달 28일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러시아 화물선 사고는 선장의 음주상태와 조종 미숙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가 계류된 요트 3척과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원인은 음주 상태에서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해경 측은 "씨그랜드호가 요트를 충돌하고 현장을 이탈하면서 '저속 우현전타와 전·후진'을 반복했다면 광안대교를 들이받지 않았을 텐데 반대로 '고속 우현전타' 하면서 배 회전반경이 커져 광안대교와 충돌했다는 게 중간 수사결과"라고 설명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배를 오른쪽으로 돌리려다 보니 배 회전반경이 커져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는 설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자동차 운전을 생각하면 천천히 우회전할 때보다 고속으로 우회전할 때 회전반경이 훨씬 큰 점으로 이해하면 된다"라며 "이런 결론은 수사팀 의견으로 전문가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하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안대교 충돌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선장의 말이 거짓일 개연성이 높은 진술도 나왔다. 배 출항을 도운 목격자는 "선박 출항 당시 선장을 10m 거리에서 봤는데 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분홍빛이었으며, 선원들에게 고성으로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해경이 사고 후 씨그랜드호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선장 S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였다.

선장 S씨는 사고 충격으로 코냑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해경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확인한 결과 S씨는 이미 술을 마신 상태에서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씨그랜드호가 부산항을 입출항할 때 예인선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선박파괴), 업무상 과실치상, 해사안전법 위반(음주 운항) 혐의로 구속된 선장 S씨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