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사망한 가상화폐거래소 대표의 '텅빈 지갑', 알고 보니 횡령?
캐나다 최대 규모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CX’의 대표 사망 사건이 횡령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1억 9000만 캐나다 달러(약1611억원)에 해당하는 자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측된 거래소 지갑에 비트코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면서부터다.

지난 1일 글로벌 감사 법인 언스트앤영(EY)이 발행한 ‘세 번째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EY는 쿼드리가CX 거래소가 비트코인을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비트코인 콜드월렛(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지갑) 6개를 발견했다.

이중 1 개는 최근까지 비트코인을 회사의 핫 월렛(인터넷이 연결된 지갑)과 비트코인을 주고 받는 용도로 활용됐으며 나머지 5개 지갑은 2018년 4월 이후 비트코인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지갑들은 마지막 거래 전까지 근 4년간 정기적으로 다른 거래소와 거래를 주고받았던 기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Y는 쿼드리가CX 거래소와 비트코인을 주고 받았던 4곳의 거래소들과 접촉에 성공했지만 이와 관련해 어떠한 추가 의혹도 밝혀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럴드 코튼 쿼드리가CX 거래소 대표(30)는 인도 여행 중 지병인 크론병 합병증으로 사망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평소 보안을 중요시했던 그는 1611억원에 해당하는 거래소 자산을 혼자서 관리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일하게 암호화폐 지갑 비밀번호 등을 관리하던 그가 사망하자 10만 5000여 명에 달하는 거래소 이용자들의 자산이 묶였고, 거래소는 파산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쿼드리가CX는 고객 자산 복구를 위해 지난 1월 채권자 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EY가 감사기관으로 선정돼 지난달 5일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1600억원의 행방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지만 1개월 째 오리무중이 되자 일각에서는 코튼 대표의 사망진단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망하기 직전에 고아원 설립을 위해 인도로 여행을 떠난 것부터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코튼 대표는 여행을 떠나기 전인 지난 11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부인과 반려견에게 유산 상속을 원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써놨다. 그러나 정작 1600억원에 달하는 거래소 자산과 관련한 대책은 마련해 놓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피해액만 4~5조에 달하는 사기 사건으로 인터폴에 의해 수배중이던 ‘조희팔 사건’에 빗대어 ‘제2의 조희팔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희팔 사태는 지난 2011년 중국에서 조희팔의 사망신고가 확인 되며 수배가 해제되고 사건이 종결됐다.

반대로 거래소 측이 대표 사망 사건을 빌미로 거래소 자산을 숨기는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쿼드리가CX 거래소 내에서 대표 사망 수 개월 전인 지난 해 중순부터 암호화폐 시세 하락으로 인해 사업 철수와 관련해 불만이 제기되었다고도 전해지기 때문. 여러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쿼드리가CX 거래소 사건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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