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편승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금융계에선 정부 정책이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찮은데 금융연구원이 정부 ‘코드’에만 맞춘 보고서를 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3일 ‘3만달러 시대, 금융이 가야 할 길’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국민소득이 1인당 3만달러를 돌파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 안정과 함께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생산적·포용적 금융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다. 금융연구원이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강조한 보고서를 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엔 ‘금융 발전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를 통해 금융발전이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발간한 ‘신남방정책과 국내은행의 아세안 진출’ 보고서에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성공을 위해선 현지에 진출하는 국내 은행이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잇달아 최저임금과 경제전망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분석을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해 말 금융연구원이 금융산업 발전은 외면하고 금융위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선 민간기구인 금융연구원이 인사와 예산 등에선 사실상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가 발주하는 연구용역도 상당수 금융연구원이 수행한다.

금융연구원 출신은 금융당국 요직에 기용되기도 한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연구원장을 거쳤으며,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2008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