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퇴진을 놓고 금융계에 뒷말이 분분하다. 3연임을 앞뒀던 함 행장이 금융감독원 압박 때문에 이를 포기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앞서 함 행장에 대해 반대의사를 전했다. 부원장보 3명이 임원추천위원을 겸했던 하나금융 사외이사 3명을 만나 인사에 개입한 것이다. 금감원은 “함 행장이 채용비리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어 ‘법률 리스크’가 있었다”고 개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무죄든 유죄가 되든, 민간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다. ‘무죄 추정 원칙’도 있다.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점검이라고 해도 행장선임 이틀 전 직접적 인사 개입은 과도한 감독권 행사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의아한 것은 하나금융 쪽 반응이다. 압박 과정이 드러났는데도 ‘함 행장의 용퇴’를 강조하는 게 더 미심쩍다. “금융당국과 척지고, 거슬러서 좋을 게 없다”는 목소리가 하나은행만의 자조(自嘲)가 아닌 것이다. 덩치만 커진 국내 은행들이 처한 현실이다. 함 행장이나 하나은행이 잘잘못을 떠나 몸을 낮추며 말을 아끼는 것은 후환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는 4월, 3년 만에 부활되는 금감원의 ‘금융회사 종합검사’에 대해 한경이 우려를 표시했던 것도 그래서다.

금감원도, 금융위원회도 확 바뀌어야 한다. 핀테크 시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금융이 앞서가야 제조업의 발전도, 신성장 산업 혁신도 가능해진다. 감독당국이 ‘골목대장’에서 벗어나 금융회사가 경쟁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 제대로 뛰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금리와 카드 수수료나 간섭하고,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무릅쓰며 개인빚 탕감이나 재촉할 것인가. 그러면서 민간의 인사에 개입해 관치 논란이나 자초할 텐가. 선진금융의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