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빈체로 제공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빈체로 제공
영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 중 하나인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수석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47)가 이끄는 런던필하모닉이 내한공연을 하기는 꼭 11년 만이다.

필하모니아, 로열필하모닉, 런던심포니 등 유수 오케스트라가 많은 영국에서 런던필하모닉은 대중에게 친숙한 교향악단으로 유명하다. 클래식 공연뿐 아니라 영화 사운드트랙 녹음 등 신선한 기획을 많이 하기 때문.

런던필하모닉을 이처럼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중심에는 2007년부터 12년째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유로프스키가 있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세계적 지휘자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힌다. 독특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곡 해석으로 요즘 ‘전성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모스크바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영국과 독일에서 지휘를 배우는 등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음악을 공부하고 지휘해왔다. 유로프스키는 내한공연을 앞두고 “내 음악적 목표는 작곡가가 의도한 독창적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연주해내는 것”이라며 “악보는 내 음악의 모든 것이자 아이디어의 기초이며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연주가 도전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작곡가 의도에 걸맞은 음악을 찾기 위한 내 진정성과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프스키는 다른 오케스트라와 차별화되는 런던필하모닉만의 강점을 네 가지로 꼽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연성’과 ‘반응성’, 명료한 ‘표현력’, 음색을 만들어내기 위한 단원들의 ‘완벽한 귀’가 그것. 유로프스키는 “런던필하모닉이 ‘집’이라 부르는 로열페스티벌홀 음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매년 여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네 편을 공연하며 다른 환경과 레퍼토리에 대한 유연성을 키우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말했다.

런던필하모닉은 이번 공연에서 슈트라우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과 브람스 ‘교향곡 2번’,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등 유로프스키가 강조해온 신선하면서도 젊은 열정을 표현한 곡을 선보인다. 유로프스키 특유의 역동적으로 몰아치는 지휘 스타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첫 곡인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 대해 그는 “오케스트라 솔로 파트가 나올 때마다 해가 그들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그 햇빛과 함께 연주자들이 음악의 성격과 색깔을 본능적으로 연주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율리아 피셔
율리아 피셔
마지막 곡인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어느 오케스트라에나 있는 ‘자연 식단’과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로프스키는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조화로움을 바탕으로 연주자들이 서로 듣고 반응하면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다”며 “그렇기에 아무리 많이 봐도 항상 새로운 브람스가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현의 여제’ 등의 찬사를 듣는 율리아 피셔가 협연자로 나선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