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증거는 여성 진술…착각 가능성 무게 둔 1심과 달리 2심 신빙성 인정
한 발짝 떼기도 힘들 정도로 붐비는 클럽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은 복잡한 클럽에서 의도치 않은 접촉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피해 여성의 구체적인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25)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과 24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부산 한 클럽 내 무대 부근에서 지나가는 여성 B씨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유일한 증거는 '갑자기 손이 들어와 만졌다'라는 B씨 진술뿐이었다.

1심은 "B씨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으나 두세 발자국을 옮기는 데 30∼40초가 걸릴 만큼 극도로 클럽 무대가 붐비는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이 있을 수 있고 현란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에서 B씨가 착각해 A씨를 강제추행 피의자로 지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진술이 경험하지 않고는 허위로 지어내기 어려운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A씨 위치나 옷 색깔·형태 등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위도 일관돼 B씨가 착오로 범인을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신체적 접촉 자체가 없었는지 의도치 않은 접촉이 있었는지 불분명하게 말해 '의도적으로 만진 사실이 없다'는 A씨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