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1일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가 요구한 건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제재 해제”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북한이 모든 제재 해제를 원했다”며 회담 결렬 책임을 북한에 돌리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해제를 원하는 ‘일부 제재’는 내용상 대북 제재의 전부나 다름없는 핵심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날 북한 측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제안은)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 5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을 제안했지만, 미국이 끝까지 ‘영변+α’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부분적인 민수용 제재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가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거들었다.

북한이 말한 5건의 유엔 제재는 북한의 석탄·광물·식용품·농산물 수출 금지, 원유 및 정유제품 수입 제한, 노동자 해외 파견 금지 등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핵심 경제제재다. 미국으로선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렛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필리핀 방문 중 “북한이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며 북한 측 기자회견을 반박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회담 결렬 소식 없이 “(두 정상이) 생산적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김채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