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내려놓고 스마트공장 불 지피고…기업으로 돌아가는 'LG 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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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4년 임기 마치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중소기업부 출범 등 성과
법인카드·업무용 차량 반납 등 권위주의 탈피했다는 평가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로 등 업계 목소리 반영 안돼 아쉬움"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중소기업부 출범 등 성과
법인카드·업무용 차량 반납 등 권위주의 탈피했다는 평가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로 등 업계 목소리 반영 안돼 아쉬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2017년 7월 여름휴가를 떠나는 임직원에게 충북 괴산지역 옥수수를 선물했다. 폭우와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때였다. 괴산은 폭우 피해가 큰 지역이었다. 중앙회 임직원은 박 회장의 옥수수 선물이 여름휴가를 국내로 가야 한다는 암묵적 지시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 박 회장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절약한 여행 경비를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데 써보자”는 취지에서 옥천에서 생산한 옥수수 1000여 박스를 구매해 임직원에게 나눠준 것이다.
박 회장은 28일 임기 4년을 마친다. 그는 “중소기업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고 애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한 명의 중소기업인으로 돌아가는 박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송별식에서 “많은 일을 임직원과 함께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중앙회 임직원과 중소기업인들은 그를 어떤 회장으로 기억할까.
“임직원 스스로 명예와 자존심 지켜야”
박 회장은 송별식에서 사업 초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90년 LG금속(현 LS니꼬동제련)에서 과장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무역회사 산하물산을 설립했다. 건축자재를 수입해 팔았다. 1990년대 초 수도권 5대 신도시 건설 붐에 힘입어 순조롭게 성장했다. 1993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회사도 부도 직전에 내몰렸다. 박 회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대기업 공장장이 아무 조건 없이 3억원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해줘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중앙회 임직원들에게 맡은 일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은 사회인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가족을 위한 가장의 짐은 행복한 짐이다.”
박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중앙회 임직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중앙회 회장은 4년 있지만 임직원은 30여 년간 몸담는 직장”이라며 “여러분의 회사는 여러분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명예와 자존감은 임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임직원과의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삶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자존감임을 강조해왔다.
탈권위 ‘중기(中企) 대통령’
박 회장은 권위주의와 형식주의를 탈피한 중앙회장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비상근인 중앙회 회장에게 주어진 특권을 내려놨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 회장의 출자회사 대표이사 겸직을 금지했다. 비서실 인원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해외 출장 때 항공기 좌석 등급도 퍼스트 클래스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낮추고, 호텔도 스위트룸 대신 일반룸에 묵었다. 중앙회 자회사 홈앤쇼핑이 내준 법인카드도 반납했다. 중앙회에서 제공한 업무용 차량을 타지 않고 출퇴근 의전도 없앴다.
박 회장은 “중앙회가 청렴해야 중소기업계 의견을 당당하게 대변할 수 있다”며 임기 내 청렴도 수준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비영리법인으로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지만 2015년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등 회계 투명성을 강화했다. 회원 윤리강령에 청탁금지법 준수를 명문화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지난해 중앙회 청렴도는 중소기업계 최고인 2등급, 부패방지 시책 평가는 2012년 평가 이후 처음 1등급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 등은 ‘아픈 손가락’
박 회장은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7대 아젠다와 30대 핵심과제를 제안해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과 손잡고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보증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이 국정과제에 반영되고 정부가 5년간 스마트공장 3만 개를 보급하기로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 중기부 및 삼성과 ‘민관합동 상생형 스마트공장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예산 1100억원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도 적잖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회의 목소리는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앙회를 중소기업 현장정책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시켰지만 박 회장 스스로는 최저임금제, 52시간 근로제 등에서 중앙회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것을 아픈 손가락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8일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면 자신의 회사인 산하로 돌아간다.
김진수/김기만 기자 true@hankyung.com
박 회장은 28일 임기 4년을 마친다. 그는 “중소기업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려고 애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한 명의 중소기업인으로 돌아가는 박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송별식에서 “많은 일을 임직원과 함께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중앙회 임직원과 중소기업인들은 그를 어떤 회장으로 기억할까.
“임직원 스스로 명예와 자존심 지켜야”
박 회장은 송별식에서 사업 초기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90년 LG금속(현 LS니꼬동제련)에서 과장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무역회사 산하물산을 설립했다. 건축자재를 수입해 팔았다. 1990년대 초 수도권 5대 신도시 건설 붐에 힘입어 순조롭게 성장했다. 1993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회사도 부도 직전에 내몰렸다. 박 회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좋게 본 대기업 공장장이 아무 조건 없이 3억원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해줘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중앙회 임직원들에게 맡은 일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은 사회인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가족을 위한 가장의 짐은 행복한 짐이다.”
박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중앙회 임직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중앙회 회장은 4년 있지만 임직원은 30여 년간 몸담는 직장”이라며 “여러분의 회사는 여러분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명예와 자존감은 임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임직원과의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삶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자존감임을 강조해왔다.
탈권위 ‘중기(中企) 대통령’
박 회장은 권위주의와 형식주의를 탈피한 중앙회장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비상근인 중앙회 회장에게 주어진 특권을 내려놨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을 개정해 회장의 출자회사 대표이사 겸직을 금지했다. 비서실 인원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해외 출장 때 항공기 좌석 등급도 퍼스트 클래스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낮추고, 호텔도 스위트룸 대신 일반룸에 묵었다. 중앙회 자회사 홈앤쇼핑이 내준 법인카드도 반납했다. 중앙회에서 제공한 업무용 차량을 타지 않고 출퇴근 의전도 없앴다.
박 회장은 “중앙회가 청렴해야 중소기업계 의견을 당당하게 대변할 수 있다”며 임기 내 청렴도 수준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비영리법인으로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없지만 2015년부터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등 회계 투명성을 강화했다. 회원 윤리강령에 청탁금지법 준수를 명문화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지난해 중앙회 청렴도는 중소기업계 최고인 2등급, 부패방지 시책 평가는 2012년 평가 이후 처음 1등급을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 등은 ‘아픈 손가락’
박 회장은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7대 아젠다와 30대 핵심과제를 제안해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과 손잡고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보증 플랫폼 사업’을 도입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이 국정과제에 반영되고 정부가 5년간 스마트공장 3만 개를 보급하기로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 중기부 및 삼성과 ‘민관합동 상생형 스마트공장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예산 1100억원을 확보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을 강하게 주장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도 적잖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회의 목소리는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앙회를 중소기업 현장정책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시켰지만 박 회장 스스로는 최저임금제, 52시간 근로제 등에서 중앙회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것을 아픈 손가락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8일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면 자신의 회사인 산하로 돌아간다.
김진수/김기만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