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업체인 스팀은 출시를 앞둔 게임 ‘메트로 엑소더스’의 예약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게임의 판권을 갖고 있는 독일 게임업체 딥실버가 다른 유통 플랫폼인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으로 내놓기로 하고 게임 판매처를 바꿨기 때문이다. 스팀이 “불공평한 결정”이라고 비난하자 딥실버는 “에픽게임즈의 후한 수익 배분 조건으로 회사는 콘텐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게임 이용자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대응했다.
"30%는 과도"…수수료 낮추는 글로벌 게임 유통사
수수료 인하 경쟁 격화

글로벌 게임 유통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규 유통사가 잇따라 나오면서 게임 유통 수수료를 내리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기술을 앞세워 게임 유통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게임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관련 IT 기업 모두 게임 유통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PC 게임 유통시장이다. 수년간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스팀에 게임 관련 기업들이 도전장을 잇따라 내고 있다. 스팀은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세계 곳곳에 유통해 국내 게임업체 크래프톤(옛 블루홀)을 세계적인 게임사로 만들어준 유통사다.

후발주자들은 게임 유통 수수료 인하를 앞세웠다.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지난해 12월 게임 유통 서비스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보이며 게임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에픽게임즈가 게임개발사로부터 받는 유통 수수료율은 12%다. 기존 스팀 수수료(30%)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30%의 수수료는 과도한 비용”이라며 “게임개발자는 나머지 70%로 게임 개발, 운영 등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모바일 버전 ‘포트나이트’를 구글 유통망에서 벗어나 직접 서비스하기도 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최근 게임개발사 유비소프트가 인기 게임 ‘더 디비전’의 후속작인 ‘더 디비전2’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 출시하기로 했다. ‘메트로 엑소더스’ ‘월드워Z’ 등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만 즐길 수 있다. 스팀은 맞불을 놓았다. 매출이 5000만달러를 넘어서면 수수료를 20%만 받기로 했다. 수수료 인하 경쟁에 디스코드도 참여했다. 디스코드는 세계 이용자 1억 명이 넘는 게임 전용 메신저다. 올해부터 디스코드의 게임 장터인 ‘디스코드 스토어’의 유통 수수료 율을 10%로 책정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국내 게임업체도 글로벌 유통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유통 수수료율도 주요 검토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

새로운 방식의 유통시장도 커지고 있다. 가상 저장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한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MS는 게임 플랫폼의 경계를 없앤 ‘엑스 클라우드(xCloud)’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수천 개의 게임을 스마트폰, PC, 콘솔 등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라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구글도 비슷한 서비스인 ‘프로젝트 스트림’을 통해 인기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딧세이’를 유통했다. 다음달 자사의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마존과 애플도 비슷한 방식의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이 일반화되면 모바일에서도 저비용으로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져 클라우드 방식의 게임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업체는 물론 게임이 주력이 아닌 IT 기업들도 게임 유통 서비스에 몰리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 1379억달러(약 155조1788억원)에서 2021년에는 1801억달러(202조6665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