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2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악화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20대 남성층의 급격한 이탈 원인을 과거 정부의 교육 탓으로 돌린 데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설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 “현재 20대 남성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딱 그때 교육을 받았는데 그런 요인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이 다르니 젠더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또 일자리 등 실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설 최고위원은 같은 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저는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마쳐 민주주의가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유신 때 몸으로 싸울 수 있었다”며 지난 정부의 교육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설 최고위원의 발언 직후 20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설 최고위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은 20대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고졸 취업 활성화 등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으로 인한 취업률 하락을 꼽았다.진보 진영의 20대 자극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한 특강에서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이유에 대해 “남성은 군대도 가야 하고 특별히 받은 것도 없는데 자기 또래의 집단에서 보면 여자들이 유리하다”며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게임도 안하고 공부하고, 모든 면에서 우리(남성)가 불리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유 이사장의 발언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20대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4선인 당내 중진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18년 만에 전문대(유한대학) 졸업식을 찾고, 당에서도 청년층 맞춤형 정책을 준비하는 등 20대 보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마당에 이런 ‘설화성’ 발언이 터져나온 데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20대 문제는 조심스러운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장능인 한국당 대변인은 “국민 개·돼지 발언을 능가하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하며 설 최고위원의 제명을 촉구했다.논란이 확산하자 설 최고위원은 이날 저녁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적한 발언이 아니었으며 교육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모든 책임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만든 나를 포함한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있다”며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래 최저치를 보였다. 여론조사 업체 한국갤럽은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20대 지지율은 41%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주 지지율(51%)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한국갤럽은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사이트 차단·검열’,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안내서’ 등이 20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판·검사만 수사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국회 문턱에 막힌 ‘검찰 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빼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반면 선출직 공무원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공수처’의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조 수석은 이날 ‘여야는 속히 공수처를 신설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라며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조 수석은 청원 답변에서 “국회가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검사를 임명한다”며 중립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 개혁만을 위해 공수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며 “소위 ‘힘 있는 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할 독립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날 조 수석의 청원 답변을 두고 국민을 앞세운 ‘자문자답’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수처법 설치에 힘을 실어달라’는 글을 올렸고, 다음날 시작된 국민청원에는 한 달 새 3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답변 요건인 20만 건을 넘어서자 조 수석이 재차 답변자로 나서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공수처 신설을 촉구하고 나선 모습이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초전이 뜨겁다. 두 나라 간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대체로 ‘북한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나온다. ‘비핵화 리스트’는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남북경협 재개 등 ‘선물 목록’을 잔뜩 받아놓은 모양새다.북한은 협상 상대방의 패를 거의 다 들여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 제공할 상응조치가 무엇인지를 이미 훑어봤다.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 체제안전 보장부터 그토록 고대하던 제재완화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커졌다. 거꾸로 북한의 패는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 관영매체는 그들의 ‘존엄’이 하노이에 갈 예정이라는 것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이 지난 20일 “중대한 역사적 전환기”라고 한 게 전부다.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어떤 단계를 거칠지를 두고 ‘계산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대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가 이뤄지면 영변핵시설 폐기도 검증받겠다’고 ‘구두 약속’을 한 게 전부다. 영변핵시설 폐기를 단계별로 할지, 한꺼번에 할지를 비롯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할지 등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의 동시행동 원칙을 수용한 것만 해도 김정은의 승리”라고 지적했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이 형성한 촘촘한 제재 둑에 구멍을 낼 ‘희망’이 생겼다는 점 역시 북한이 얻은 결실 중 하나다. 그것도 ‘타도지계(他刀之計)’의 전법을 통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19번째 전화통화에서 “남북경협의 부담을 떠안겠다”며 제재완화를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까지 예고했다. 김정은으로선 적어도 시간에 쫓길 일은 없어졌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하노이행이 비단 핵협상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로 악화됐던 베트남과의 관계를 복원한 것만 해도 김정은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초전의 패배를 본게임에서 어떻게 만회할지 지켜볼 일이다.donghuip@hankyung.com